<한국대학신문> [노창희의 미디어와 컬처]
김화진의 단편 소설 《나주에 대하여》는 서술자인 나가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인 나주의 SNS를 통해 나주의 일상을 살피는 것이 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주는 SNS를 각기 다른 용도로 활용한다. 나는 나주의 SNS 활용 방식에 대해 “포맷에 맞게 사용할 줄 안(54쪽)”다고 평가한다. 나주는 “인스타그램에는 긴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한두 문장 정도(54쪽)”를 쓰고, 페이스북에는 “좀더 사적(54쪽)”인 내용을 남기고, 블로그에는 “짧은 다짐들(56쪽)”을 쓴다.
메타가 스레드(Threads)를 런칭한 지 1년이 지났다. 스레드는 런칭 1년 시점인 2024년 2/4분기에 1억 7500만 MAU를 달성했다. 2023년 3/4분기의 MAU는 1억 명 수준이었다. 실로 엄청난 성장세다. 이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가지고 있는 메타가 왜 또 스레드를 내놓았을까? 같은 SNS라고 할지라도 각각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레드는 짧은 문장 위주로 글을 남기는 ‘마이크로 블로깅’ 위주의 서비스다. 나주가 SNS를 각기 다른 용도로 활용하듯이 SNS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복수의 SNS를 이용하면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소셜 비디오(Social Video)’는 ‘Social’과 ‘Video’의 합성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이 SNS의 기능과 비디오를 유통시키는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는 매체를 소셜 비디오라고 할 수 있다. 영상산업에서 SNS를 통해 영상을 유통시키는 것은 보편화되고 있으며, 소셜 비디오 형식에 적합한 숏폼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SNS를 통한 영상 소비는 여가의 영역을 넘어서 정보 습득을 위한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18세에서 29세까지의 젊은 층 중 52%가 틱톡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Mcclain, C. 2024. 8. 20. About half of TikTok users under 30 say they use it to keep up with politics, news. Pew Research Center). 텍스트와 또 다른 영향을 미치는 SNS를 통한 숏폼 유통의 활성화는 커뮤니케이션 양식 자체를 바꾸어 나가고 있다.
SNS의 명과 암
SNS는 정치적 여론 형성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경제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이용자의 자유로운 참여 등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긍정적 가능성이 집중적으로 조명됐지만 SNS가 사회를 주도하면서 양극화 조장 등 SNS의 부정적 기능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SNS는 시간 낭비(waste of time)라는 알렉스 퍼거슨 경의 유명한 말은 SNS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불안 세대: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라는 책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SNS 이용이 청소년들의 사회적 교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고립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너선 하이트는 고등학생 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게 해야 하며, 16세가 되기 전에는 SNS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SNS가 해악이 크다고 지적한다. 영유아와 청소년의 SNS 이용은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 다만, 조너선 하이트의 논의를 인용한 것은 그만큼 SNS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함이다.
필자는 싸이월드에서의 흑역사(대단한 흑역사는 아니고 지금 같으면 굳이 SNS에 남기지 않았을 정도의 감정 표현들이 남아 있다)로 인해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사용을 비교적 늦게 시작했다. 하지만 정돈된 내 의견을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필자가 쓴 칼럼이나 서평, 영화평 등을 SNS로 공유하면서 큰 효능감을 느꼈고, 지금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브런치, 스레드 등 다양한 채널을 이용하고 있다. 요즘은 일상과 관련된 포스팅도 심심치 않게 올리고 있다.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SNS가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SNS가 큰 파급력을 가진 환경이라면 이용자 입장에서 바람직한 것은 SNS를 무조건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SNS 잘 하려면 ‘메타인지’에 눈 떠야
앞서 언급한 미국의 18세에서 29세까지의 연령대 중 52%가 틱톡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SNS는 정보 습득에 도움을 주고 교류 확장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 많은 K-POP 전문가들이 유튜브가 K-POP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분석한다. 이는 기존에 매스미디어 환경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SNS에는 분명 순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SNS로 인해 세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비가역적 퇴행으로 인해 되돌리기 어려운 문화적 토대나 양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SNS를 대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SNS 이용을 무작정 회피하기보다는 자신에 맞게끔, 매체에 적합하게 잘 활용하는 방식이 자신에게 좀 더 유익할 수 있다. 수년간 SNS 이용을 금기시하다가 몇 년 전에야 SNS를 쓰기 시작해서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필자가 SNS 소비 확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끼는 지점 중 하나는 문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아무리 짧은 문장을 쓰더라도 본인의 인장이 들어간 문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는 소중하다. 역으로 흔적이 남는 문장의 값어치를 소홀히 여기고 SNS를 사용한다면 SNS를 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다양한 SNS가 혼재하는 상황 속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매체의 형식적 특성이다. 「나주에 대하여」로 글을 시작한 이유도 SNS를 이용할 때 매체의 형식을 고려한 이용이 중요함을 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 중 하나는 ‘편집’이다. 총체적 진실을 미디어를 통해 온전히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진도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미지가 나온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SNS 이용자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SNS로 올릴 만한 내용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SNS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SNS를 무조건 회피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 맞는 SNS를 이용하는 작법과 편집술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출처: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68067
이 글은 같은 제목으로 9월 8일에 한국대학신문에 게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