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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오밀 Jan 24. 2023

모든 일엔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다.

아픈척하다 진짜 아픈 이야기

생후 6개월 우리 딸의 나이다.

안전과 위생에 꽤 예민한 엄마다.

지난 추석은 태어난 지 백일도 안되어 큰집에 다녀오지 않아도 되었지만 이번 설날은 참석을 해야 할 분위기였다.

하지만 낯가림에 면역이 약한 아이를 데려가기란 참 불편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남편과 시어머니도 같은 마음이신지라 이번 명절은 집에서 안전하게 보내라는 말씀이 있었다. 남편만 시댁에 다녀올 예정이었다.

큰집어른들께는 내 몸이 좀 좋지 않아서 못 가게 됐다고 적당히 잘 말씀드리기로 했다.

그런데 명절 며칠을 앞두고 친정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다. 이틀 뒤 나도 걸렸다…

우리 집은 예상외 인물들의 코로나확진으로 비상사태가 되었다.

아픈척하다 진짜 아프게 된 것이다.


남편은 금요일 오후 조퇴를 하고 집으로 왔었다

안방에서 벽 하나를 두고 남편과 딸과 따로 생활한 지 5일 차가 되었다. 시댁에서는 아들도 못 보게 되었다고 웃으며 말씀하셨지만 마음이 살짝 서운하고 불편해지더라. 하지만 모든 것엔 양면이 있다.

이럴수록 긍정적인 마음으로 해석이 필요하다.

코로나 때문에 몸이 아프다.

가족들과 마음 편히 대화를 할 수 없다.

격리로 이동제한이 있다.

육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한편 긍정적인 부분은 육아로 고단했던 몸을 회복할 수 있다.

남편과 아이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다.

남편이 아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건강한 몸과 마음에 대한 감사를 느낄 수 있다.

남편은 점차 아기에 대한 이해를 차곡차곡 쌓아 관찰력이 높아졌다. 아가와 놀아주는 것이 어렵다던 남편은 아기의 모습을 관찰하다 의미 있는 상황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고 이야기도 들려준다. 자신이 발견한 첫 순간을 감격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아기를 무릎 위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

어제는 밥 먹다 말고 남편이 이렇게 얘기하더라.

“내가 만약 가정주부고 이렇게 힘들게 아이 돌보면서 집안일하는데 남편이 말썽 부리면 진짜 열받을 것 같아.”

이 말에 한참을 웃었다.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다행이다. 우리 남편은 말썽 안 부리고 성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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