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기록지
지난주 퇴근하고 오랜만에 자라 매장에 갔다. 리뉴얼된 명동 매장을 보니 쇼핑의 욕구가 뿜뿜 올라왔다. 전날 29cm와 W컨셉에서 신발 4개와 스커트 한 개를 결제한 건 매장에 들어가는 순간 잊어버렸다. 원래의 목적은 청바지에 레이어드 할 레이어드용 스커트나 원피스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에이블리나 지그재그를 끊임없이 들어가 보았지만 너무 싼티나는 아이템들이 많아 보였고 어? 좀 괜찮은데? 하는 것들은 가격이 생각 외로 비쌌다. 이 가격이면 차라리 29cm를 뒤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정도.. 이럴 땐 SPA 브랜드 만한 곳이 없다. 제일 발 빠르게 트렌디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보이는 곳! 나는 그중에서도 Zara를 제일 좋아한다. 혹자는 Zara에 옷은 예쁜 게 막상 사서 입을 만한 것은 안 보인다고 하지만 잘 발굴해 보면 Zara만큼 적당한 퀄리티에 적당히 있어보는 브랜드도 없다.
매장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레이어드 원피스로 디스플레이된 마네킹에 눈을 바로 뺏겨버렸으며 이번 신상에서는 꽤 입어보고 싶은 아이템들이 많이 보였다. 오간자 시스루 원피스와 같은 디자인으로 블라우스 스커트가 분리된 아이템들이 있었는데 게 중 하나는 바로 사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장을 쭉 돌아보니 데님도 꽤 컬러가 예쁘게 나왔다. 그레이쉬한 데님과 화이트진도 찾고 있었는데 바로 보여서 그것들도 집어 들었다.
피팅룸에 다여섯벌의 옷을 가지고 입어보았다. 옷을 입고 거울을 보는데 오호라 화이트진 바지핏이 너무 딱인 것 아닌가! 오간자소재가 사용된 아이템들 중에는 시스루는 스커트가 가장 활용도가 높을 것 같았다. 그레이쉬 연청 데님은 핏은 정말 예쁜데 길이가 많이 길었다. 그 외에 다른 다양한 아이템들도 입어보았으나 어제의 결제를 떠올리고 스커트, 화이트진, 연청그레이 데님만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나는 Zara에서 209000원을 결제하고 나왔다.
집에 돌아와서 다른 옷들과 매치를 해보는데 다른 2개는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연청 데님은 아무래도 너무 길었다. 굽 있는 신발을 신고 입어보아도 계속 끌렸다. 평소에 굽 있는 신발은 잘 못 신고 다니는데 게다가 여름은 더더욱 신을 일이 없다. 결국 이건 반품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내가 딱 찾고 있었던 완벽한 핏의 예쁜 데님을 발견했다. 와이드에서 변주를 준 커버진을 찾고 있었는데 한 유튜버님이 입고 나온 그 바지가 딱 눈에 들어왔다. 여름 필수 아이템 추천 영상이었지만 내 눈에는 그 바지밖에 안보였다.
다음 날 점심 산책 길에 새로 오픈한 매장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내가 마음에 품고 있던 저 바지 브랜드! 홀리듯 매장으로 들어가서 바지를 찾았다. 입어보니 더 예쁘다. 핏이 내가 원하던 딱 그 핏이었다.
하지만 가격대가 좀 있었다. 살까 말까 고민하던 중 매장직원분이 이 사이즈로 한 개 남았다고 말했다. 숨겨져 있던 소비요정이 튀어나와
“이거 제가 살게요”
라고 말해버렸다. 게다가 오픈 이벤트로 바지 구매 시 캡모자와 키링까지 증정이 된다고 하니...
이 정도면 구매해야 한다!
그렇게 나는 15만 원 정도를 다시 결제했다.
"괜찮아. 내일 청바지 환불하니까. 청바지가 전체 결제금액 중 가장 큰 비중이었으니까 “
로 위안을 삼으며.
다음날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환불을 하러 갔는데 하필 오늘 신고 간 신발이 너무 아픈 것이 아닌가.. 이것도 얼마 전에 산 건데.. 왼쪽 새끼가 자꾸 걸려서 물집이 잡혔다. 이 물집이 신발을 처음 신을 때 생기는 적응기간인건지 아니면 신발이 나랑 안 맞는 건지 아직 파악이 안 된 상태였다.
오늘만 참자 참자 퇴근하고 집에 빨리 가자만 속으로 되뇌며 청바지 환불을 받았다. 그런데 자꾸 발가락이 아프니 그냥 매장 온 김에 구경만 할까??라는 생각에 이끌려 신발코너로 갔다. 신발코너로 간 순간 내면에 숨겨져 있던 소비요정이 다시 튀어나왔다. 그렇다. 나는 구경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선반에 디스플에이 된 신발들을 쭉 훑어보는데 오늘 착장에 딱 맞고 컬러까지 완벽한 신발을 발견한 것이 아닌가! 연노랑 컬러가 그레이진과 얼마나 찰떡이던가! 그렇게 나는 청바지 환불 금액 89,000원에 해당하는 연노랑 키튼힐을 다시 결제했다. 결론은 환불이 아닌 물건 교환이 돼버렸네.
이왕 산거 예쁘게 잘 입고 잘 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