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키워보자

by 보하

「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 」 책에서 저자는 글쓰기가 풍성해지려면 모든 감각을 활용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묘사할 수 있어야 된다고 한다. 각자 편하게 사용하는 감각이 달라서 어떤 감각은 정보 수집을 잘해서 해당 감각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글거리가 많다면 반면 어떤 감각은 약해서 떠오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한다.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 중 나에게 강한 감각과 약한 감각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이걸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10년 뒤 완벽한 하루를 상상해 본다면?

나는 10년 뒤 어느 날, 나의 책 출간일을 상상해 보았다. 나의 상상을 살짝 보여주자면 다음과 같다.


드디어 3번째 책 출간일이다. 이번 책은 표지와 내지 속 그림까지 직접 내가 그린 것에 의의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렸다. 갈아지는 커피에서 고소한 향이 퍼졌다. 커피를 마시며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했다. 친구들이 축하파티를 열어준다고 했는데 주인공인만큼 예쁘게 입고 오라고 다들 신신당부했다. 전날 집에서 이미 한 차례 패션쇼를 치렀지만 마지막 두 코디 중에서 아직도 고민 중이다. 우아한 사틴 스커트에 살짝 비치는 블랙 블라우스를 입을까? 톤온톤에 그레이컬러의 셋업을 입고 청록색 구두로 포인트를 줄까?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 있는 감각은 단연코 시각이다. 한 때 디자이너로써 아무래도 예쁘지 않은 것에는 눈길이 잘 안 간다. 그다음에는 촉각이다. 몇 년 간 나의 손 감각에 의해 일을 했으니 미끄덩, 빤빤한, 고시 감 있는 등 촉감에 대한 감각도 나름 훈련되어 있다.


내 정보 수집의 우수한 순서대로 나열해 보자면 시각-촉각-후각-미각-청각 일 것 같다. 특히나 청각은 쥐약이다. 음악을 자주 듣는 편도 아니고 단지 소음에 예민할 뿐. 미각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맛있다" 밖에 안 떠오른다. 맛 표현을 기깔나게 해서 표현만으로도 맛이 상상되게 하는 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둘은 내가 좀 더 키워나야 가하는 감각이다.


후각은 현재 나에게 키워져 가는 감각이다. 지금 향수 콜렉팅에 빠져있는 한 사람으로서 온갖 향수를 맡아보며 시향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과거에는 "어, 향 좋다!" 였다면 현재는 "여기 시트러스 향이 탁 터진 다음에 우디향이 올라오네"로 바뀌었다.


오감을 키운다는 건 단지 글을 풍성하게 만드는 걸 넘어서, 내 안의 ‘취향’을 더 명확히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떤 소리에 민감하고, 어떤 향에 마음이 열리는지, 어떤 촉감을 좋아하는지를 발견하는 것, 그건 곧 나를 깊이 이해하고,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감각 훈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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