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루틴을 위한 최적의 장소
얼마 전 사무실 위치가 이전을 하면서 불만이 가득 생겼다. 뭐 하나 좋아진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중 제일 심기를 거슬리게 했던 요인은 아침에 쌓아놓았던 나름의 루틴이 무너져버렸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나름 오랫동안 수행하고 있는 아침 루틴이 있다. 출근 전 고요한 새벽과 아침 사이의 시간을 즐기는 것을 정말 좋아하기에, 보통 출근 1시간 반~2시간 전에 회사 근처에 도착해서 나만의 아침시간을 가지는 편이다.
이 루틴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이걸 행하는 장소이다. 회사사람들을 마주치지 않는 곳에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기에 이런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장소를 선정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1시간 30분 정도는 앉아서 기록을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야 한다.(테이크아웃만 되는 곳 NO)
커피의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은 합리적인 가격대이다. (희망가격 3000원 정도)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여야 한다.(가까울수록 최고다)
오픈시간은 새벽 7시어야 한다.(보통 7시 30분 전후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화장실 가기게 너무 불편해서는 안된다.
위 조건을 만족하는 장소가 2~3 곳이 필요하다. (한 곳만 매일 가면 나를 알아볼 것 같은 부끄러움이)
대부분 위 조건을 만족하는 카페는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이다. 하지만 작고 귀여운 월급으로 매일같이 이 런 곳에 방문하는 것은 사치와 다를 바 없다. 다행히 이사 전 사무실 위치에서는 아이스아메리카노 2500원에 좌석이 있는 카페를 2~3군데와 온갖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더 넓은 선택지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대략적인 비율로 따져본다면 5일 중 사무일에 일찍 2번, 프랜차이즈 카페 1~2번, 가성비 카페 2~3번 정도의 비율로 번갈아 갔다.
이번 사무실에서의 문제점은 7시에 오픈하는 가성비 좋은 카페가 근처에 없다는 것이다. 이사 전부터 네이버지도를 켜고 이사 갈 사무실 근방 모든 카페를 하나씩 눌러보며 오픈시간과 가격대를 파악했다. 대부분 “7시 오픈”에서 탈락되었으며 이 조건을 만족하는 곳은 스타벅스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사 가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침에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지만 그렇다고 매일 일찍 사무실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
사무실에 일찍 가고 싶지 않은 나름의 이유도 있다. 나는 특정 고객사의 협력사로 일을 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협력사들만 모아둔 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업체들마다 각자 출근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곳은 9시 넘어서 오고 어떤 곳은 8시 전에도 온다. 하필 내 자리 뒤 옆이 8시 전까지 출근하는 업체였다. 같이 일하는 팀장님은 8시 40분쯤 오셔서 괜찮았지만 이분들이 너무 불편했다. 안 그래도 낯도 가리는데 모르는 사람 옆에서 대놓고 공부를 하기가 뭐 했다. 게다가 그들은 이미 업무 시작이어서 끊임없이 대화를 하시느라 나는 이미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이사로 인해 자리 위치가 바뀌길 기대하기도 했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처럼 불편한 것은 '나'이니 내가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한동안은 매일같이 스타벅스에 갔으나 일주일쯤 지나니 이렇게 다니기에는 통장이 거덜 나게 될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귀찮더라도 거리 근방을 넓혀서 찾아봐야 하나? 아니면 그냥 아침을 집에서 보내고 업무시간에 맞춰서 출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 근방을 넓히면 어찌 됐건 시간효율이 떨어진다는 의미였고 아침시간에 집에 있으면 100% 잠을 택할 나였다.
그러다 문득, 이사한 곳 근방에 어학원들이 많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그럼 대학생들도 많을 테니 혹시 근처에 스터디 카페가 있지 않을까? 까지 생각이 미쳤다. 시간당 가격만 괜찮다면 카페에 가는 것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네이버지도를 켜고 스터디카페로 검색어를 바꾸었다. 스터디카페는 어차피 공부를 위한 곳이었기 때문에 7시 전 오픈과 회사 근처 10분 이내, 합리적인 가격만 만족하면 되었다. 땅값이 비싼 곳이어서 그런지 많지는 않았지만 회사 근처 10분 이내, 7시 전 오픈, 스터디 카페를 2군데 찾을 수 있었다. 한 군데는 살짝 멀었기 때문에 가까운 곳의 가격부터 살펴보는데 "50시간 90일 사용" 이 되는 시간제 가격을 찾아냈다. 나머지 한 군데는 50시간 50일에 좀 더 저렴했지만 시간활용도 측면에서 50시간 90일 사용이 나에게 저 적합한 선택이었다!
50시간 90일 사용에 90,000원, 만약 매일 아침에 카페를 간다고 하면 커피값 4500원에 20일을 곱해도 90,000원이었다. 어차피 아침은 오래 있어봤자 2시간이니 50시간을 잘잘하게 나눠 쓴다면 원래 비용의 1/3 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계산이 됐다.
스카(스터디카페)를 발견한 다음날 장소 확인을 위해 아침 일찍 2시간 이용요금을 내고 들어가 보았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시설은 매우 깔끔했으며 자리마다 칸막이가 있어서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이른 오전시간에는 무엇보다 사람이 정말 몇 명 안 되었다. 조용하고 무료 커피머신도 있고 게다가 독서대나 필기구 같은 물품들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생산적인 아침시간을 보내기에 완벽한 최적의 장소다. 왜 나는 진작 스터디카페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이번 주부터 아침마다 스터디 카페로 간다. 아직 3일째 지만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곧 기말고사가 다가오기에 지금은 학교 공부에 집중하고 있지만 방학 때 책을 읽거나 글쓰기에도 정말 좋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사무실이 이사 가지 않았다면 스터디카페라는 공간은 내 삶에 들어올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루틴을 지키기 위한 작은 불편함이 결국 더 나은 아침을 찾게 만든 셈이다.
관점을 조금만 바꾸니 불편함은 기회가 되었고, 익숙함을 벗어나니 더 나은 일상이 보였다. 이제는 이사가 잘된 일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