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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Aug 04. 2020

24. 나에게 성당이란

    한 여행 프로그램에서 자그레브의 성당에 앉아 눈물짓는 여느 배우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이 어느 곳을 갔었는지조차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성당 한편에 앉아 이유 모를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만큼은 또렷이 기억난다. 그때의 난 그녀가 느낀 감정의 정체가 궁금했고 또 부러웠다. 천주교 신자도 뭣도 아니면서 ‘나도 언젠가 유럽의 한 성당에서 저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을 정도로.


  유럽여행을 성당을 빼놓고 설명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유럽의 대도시에는 유명하다는 성당이 하나쯤은 꼭 있다. 처음 유럽여행을 할 땐 그런 성당을 빼먹지 않고 방문했건만 어느 순간부터 성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비슷비슷한 성당을 보다가 질린 것은 둘째치고, 기대 끝에 찾은 성당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길 위에서 알게 된 나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스테인드글라스보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 공원에 누워 바라보는, 한국과 별다를 바 없는 푸른 하늘이 훨씬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사람이었고 성당 안에 놓인 수많은 조각품보다 성당까지 향하며 마주한 수많은 골목길이 더 기억에 남는 사람이었다. 이렇다 보니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성당에서도 큰 감흥 없이 돌아 나오기가 부지기수였다.

  “정 갈 곳 없으면 한번 가보고, 아니면 말고.”

  그래, 딱 이 정도가 나에게 ‘성당’이 차지하는 위치였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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