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앞두고 있는 시기 제주도에서 새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제주도를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 열에 열은 같은 대답이었다.
“와!! 너무 부러워요 나도 제주에서 일해보고 싶다.”
이유인즉슨 아름다운 자연경관, 여유로움 등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그들은 부러워한 것이다. 나도 들뜬 마음으로 2019년 6월 제주에 오게 되었다. 주말에 즐기는 한라산, 퇴근 후 여유롭게 카페에서 커피 한 잔 그리고 해산물과 함께하는 벗들과의 소주 한 잔이라는 로망이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성인이 되고 제주도로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집돌이어서 그런가 먼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게 두렵기도 하였다. 일생에서 제주도는 딱 한 번 가봤는데 고등학교 시절 '수련회'라는 명목으로 제주도를 갔었다. 기억나는 것은 은박지를 깐 불판에 불고기처럼 구워 먹었던 무한리필 똥도야지 가게뿐이다. 이게 나의 제주도 경험의 전부이다. 너무나도 낯선 도시. 하지만 나는 SNS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사람이지 않은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제주도는 해외여행 못지않은 풍경과 재미가 있는 곳으로 나에게 각인되어 있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하지 않았나.
“낯선 도시 즐겨보자”
제주공항에서 내가 처음 본 것은 야자수였다. 이게 뭔가... 열대성 기후이지만 눈이 내린다는 그 마법의 도시 다웠다. 야자수는 신나는 제주생활을 알리는 복선 같았다. 그리고 제주에서 즐길 버킷리스트를 짜기 시작했다. 부럽지 않은가? 제주에서의 직장생활
사진 1. 제주 공항 포토존(낯선 돌하르방이 나를 반긴다.)
사진 2. 제주공항 앞에 있는 야자수(열대성 기후 상징인 야자수에 눈이 내려져있다)
이게 바로 유네스코 3관왕 제주도구나! 세계 지질공원,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 자연유산 이 모든 것을 모두 누려보리라 나는 다짐 또 다짐했다.그리고 2022년 3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도 사람들을 육지에서 만나면 다들 똑같은 말을 한다.
“와!! 너무 부러워요 나도 제주에서 일해보고 싶다.”
3여 년이라는 시간, 사람들의 멘트는 변함없다. 하지만 2019년 6월제주의 모든 자연을 누리겠다는 로망은 어디로 갔는지찾아볼 수가 없다. `제주도`하면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도시와는 다른 곳을 생각하는 듯하다. 높은 빌딩 대신 소박한 돌담집이 있을 듯하고 길가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 대신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들이 곳곳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침엔 커피, 점심엔 도넛 저녁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라는 노래 가사처럼 제주도에도 스타벅스가 있고 던킨도너츠가 있고 빕스가 있다. 점심시간엔 은행줄이 잔뜩 길어지고 퇴근시간 18시 어간이 되면 트래픽 잼이 시작되어 10분 거리가 1시간이나 걸리게 된다. 제주도에도 도시에는 하나씩 있는 나이키가 있고 맥도날드도 있고 다 있다! 그리고 38층의 고층 빌딩도 제주도에 있다.
막상 이렇게 말하니 제주에서의 직장생활은 서울에서의 생활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맞다. 오늘도 일하기 싫고 내일도 일하기 싫고, 일하는 게 다 똑같지 무엇이 다르겠는가? `여행의 제주도`와 `직장생활의 제주도`는 다르다. “와!! 너무 부러워요 나도 제주에서 일해보고 싶다.”라는 사람들의 말에 이제는 “글쎄요 제주도에도 나이키도 있고 맥도날드도 있고 다 똑같아요”라고 답한다.
하필 왜 나이키랑 맥도날드를 예로 드는지 의문점이 들 수도 있을듯하다. 단순하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도시화를 구별하는 척도를 나이키와 맥도날드가 주변에 있냐 없냐로 구분했다.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갖고 싶었던 의류 브랜드가 나이키였으며 맥도날드 런치는 늘 든든한 친구가 돼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우리 동네 주변에서 보기도 힘들었고 말이다. 그런 나만의 도시화의 척도였던 나이키와 맥도날드가 제주에도 있긴 하다.
아 참, 육지라는 표현이 낯설 수도 있을 것인데 제주에서는 제주도 지역 외를 육지라 표현한다. 바다와 대비되는 땅, 즉 뭍(陸)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제주도 외 지역을 육지라 표현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나이키와 맥도날드가 있는 제주도는 완전한 도시인가? 제주에서의 직장생활 3년 차에서 내린 결론은 제주도는 도시가 맞다. 하지만 제주에서의 직장생활은 서울(육지) 도시와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