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봐도 되는지 눈치가 보였다.. 나 19살 넘었는데...
`조선`이라는 나라의 명칭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나는 `선비`, `유교`, `예(例)`와 같은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조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내 교육과정으로 배운 조선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왕조 500년, 유교적 이상에 따라 통치되는 국가, 제사 차례 문화, 순결주의, 중매를 통한 결혼제도 등
어느 나라보다 `성(聖)`스러운 국가로 내 기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 `성(聖)`스러운 조선에 에로틱이라니!!
er.. ero... erotic...
에.. 에로.. 에로틱
나는 본능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표지가 예뻐 책을 집어 들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금기시된 `성(性)`에 대해 탐독하기 시작했죠...
어느 시골에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다. 같은 마을에 한량이 넷이나 있었는데 모두 미혼이었다.
첫 번째 사람은 문장에 능하고, 두 번째 사람은 무예가 뛰어나 장군감으로 불리고, 세 번째 사람은 큰 부자여서 논밭이 많았다. 마지막 사람은 시신을 치우는 사람인데,
양근(陽根)이 무척 크고 강하여 돌이 담긴 자루를 끝에 걸고 기운을 쓰면 능히 그 머리가 튀어나왔다.
처녀의 아버지가 넷 중 한 사람을 사위로 삼고자 했으나 결정하기가 어려워 딸에게 미루니, 딸이 이런 글을 써 올렸다.
"예로부터 문장을 잘하는 사람은 화를 자초하고, 무사는 전장에서 죽고, 논밭이 많으면 장마에 큰 손해를 보게 되니, 돌 주머니를 뚫는 사람이 저의 마음에 꼭 맞습니다."
「에로틱 조선」 中
어떤가요? 맵지 않습니까? 우회적으로 아니 적나라하게 성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조선이 맞는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책에서는 성욕을 인간의 본능적 욕구 중에 가장 강력한 것으로 표현합니다. 정신문명은 성욕의 소산임에도 불구하고 성욕은 오랫동안 금기시 되어왔다고도 설명합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 덧붙입니다.
"조선의 유학의 탈을 쓴 양반들만의 폐쇄적인 나라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性에 대한 폐쇄성은 가히 폭력적이었다."
이러한 폐쇄성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궁녀들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궁녀는 왕만 취할 수 있는 여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임금 외에 어떤 사내도 다가갈 수 없고 남녀의 정의 나눌 수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폐쇄성 때문에 아무튼 궁녀들은 대식이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비구니나 과부와 '맷돌부부'라는 정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맷돌은 편평한 돌 사이에 곡식을 넣고 빻는 것인데 왜 그러한 단어가 생겼을까요.
나는 모르겠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대식 : 궁녀들이 가족이나 친지를 궁궐 안으로 불러들여 같이 밥을 먹도록 해주는 제도.(대상은 여성만 가능)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 나는 것은 느낌 탓인듯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합니다. 아주 중요한 것이 빠진듯한 느낌이 듭니다.
무엇일까요?.. 조선과 성.. 조선시대의 성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기생`입니다.
기생은 대나무 악기를 다루는 여자라는 뜻인데, 흔히 잔치 등에서 기중을 드는 여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기생은 조선의 사대부를 흔들 정도로 영향력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첩을 들이거나 술을 마실 때에도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하였고, 실제로 기생 출신의 후궁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생에 대한 조선 남성들의 열망과 집념이 어마 무시했습니다.
송개석이 기생 양대를 사랑하였는데, 대호군 송거신이 그 기생을 빼앗았다. 송개석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정승이었던 조영무의 집에 "송거신이 조영무를 죽이려고 한다"라는 내용의 익명 투서를 던졌다.
이제 조영무가 임금께 아뢰었고, 임금이 송거신을 불러 물었다.
"너를 원수로 여기는 자가 누구냐?"
송거신이 대답했다.
"기생 떄문에 송개석이 저를 원수로 여깁니다."
임금이 순금사에 명하여 송개석을 가두고 신문하니, 이내 실토하였다.
「에로틱 조선」 中
인,의, 예, 지, 신 오상을 중요시하는 조선의 양반이 기생으로 인해 허위사실 유포를 한 것입니다.
하지만 기생에게 빠진 것은 조선의 양반만이 아니었습니다. 명나라 사신 역시 기생에게 빠져 황제를 속이기도 했는데..
이러한 기생에 대한 자세하고 또 다른 에피소드는 「에로틱 조선」 에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어면순(御眠楯)은 조선 중종 문신 송세림이 조선시대의 성풍속 등 음담, 소화를 엮은 책입니다.
어면순(御眠楯)은 잠을 막는 방패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사대부는 물론 왕족까지 몰래 보았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런 어면순에는 88편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원본은 전해지지 않고 고금소총에 외설적인 육담 대부분인 82편이 실려 있습니다.
대부분은 양반과 여종의 치정, 양반과 시생의 일화, 부부 사이의 성문에, 승려들의 음행 등 당대 사람들의 에로티시즘을 가장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어면순을 조선시대의 야설(野說) 집이라 표현하긴 하였지만 무분별한 야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을 넘어
그 속에 풍자나 교훈을 담아낸 골계미(滑稽美)가 있습니다.
※ 골계미 : 양반을 희화화하고 조롱하여 양반의 어리석음을 폭로함으로써 웃음을 전달하는 것
이러한 어면순의 내용이 「에로틱 조선」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놀랍고 화끈하고 재미있었던 이야기 두 개를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슬하에 다섯 아들을 둔 부부가 있었다. 한 번은 다섯 아들이 모여 논의했다.
"부모님이 우리를 두고도 만족을 못 하시고 아직도 동침을 즐기신다. 만일 두 분이 또 아들을 낳으면 분명 우리가 업고 지고 해야 할 텐데, 아이의 더러운 대소변을 어떻게 견디고 또 치운단 말인가? 이제부터 오경을 1명씩 맡아 당번을 바꿔가며 지켜서 두 분이 합궁하지 못하게 하면 우리는 고역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밤, 오경의 마지막을 지키던 막내가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졸았다. 부부는 그 틈을 타서 누운 채 복합(남자가 여자 뒤에서 관계하는 체위)을 시도하다가 깨어난 막내에게 들키고 말았다.
막내가 외쳤다.
"엄마, 엄마, 아직 밤이 새지 않았는데 아빠를 업고 어디를 가려 하오? 이상도 하다"
「에로틱 조선」 中 금슬 좋은 부부의 애로 사항 이야기
서울 출신의 어느 양반가 자제가 영남 지방으로 놀러 갔다가 한기녀를 매우 사랑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자 선비는 짐짓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네 몸에 지닌 물건을 잘라서 주면 그것을 정표로 삼겠다"
기녀가 머리카락을 잘라서 주니, 그가 받지 않으며 말했다.
"아니다. 이 물건은 적적하지가 않다."
기녀가 음모를 잘라서 주었지만, 이번에도 그는 받지 않으며 말했다.
"이것은 모두 외적인 것에 불과하니 적절하지 않다. 오직 너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것을 정표로 삼고 싶구나."
이에 기녀가 쪼그리고 앉아 변을 본 뒤 그것을 주자, 선비는 몇 겹으로 싸고 또 싸서 가죽띠로 소중하게 두르고는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
선비는 기녀의 변이 들어 있는 뭉치를 하인에게 맡기고, 국을 끓일 때 조금씩 잘라서 넣도록 명했다. 선비는 국을 먹을 때마다 남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지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선비는 하인에게 물었다.
"국에 타 먹던 것이 얼마나 남았는고?"
이에 하인이 대답했다.
"마침 다 떨어져서 어제저녁부터는 소인의 변을 넣고 끓였습니다."
선비는 그 말을 듣고 토악질을 멈추지 못했다.
「에로틱 조선」 中 만인의 연인이자 풍류의 동반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