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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 람 Oct 24. 2023

충주호반 라이딩

금수강산


가을이 무르익어간다.

장마 지고 태풍 오간 사이 뙤약볕 몇 번 비추고 나더니 어느덧 단풍 물들고 낙엽이 발바닥에 뒹굴고 있다.

.

섬진강을 시작으로 동해, 신시모도, 강화도, 북한강, 파주곡릉천 등등 곳곳을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날이 개면 개인대로 한 해 동안 부지런히 달려왔다.

둔근페달링을 익히면서 몸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나는 것을 알아차리며 자전거명상의 문이 열렸다. 몸과 의식, 영혼, 그리고 자연이 하나 되며 더 바랄 것 없이 충만함을 느꼈던 소중한 경험과 그것을 일상으로 가져온 큰 행운이 잔잔히 떠오른다.



새벽 5시 20분, 알람소리에 일어나 정모장소인 충주호로 출발,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감곡으로 빠져 국도로 들어서니 한적해진 도로에 운무가 기분 좋게 반겨준다. 차량계기판 기온은 영상 2도를 가리키고 있다. 오늘은 기온차이가 심할 것 같다. 안에 패딩을 입고 바람막이 재킷으로 단단히 무장하였다.


아쉽게도 한 사람이 빠졌지만 넷이 함께 모여 뜨끈한 해장국 한 그릇으로 한기를 털어내고 본격적인 라이딩 시작이다.


이번 코스는 임도가 섞인 총 40여 킬로의 충주호반길을 달리기로 했다. 지난 일 년간 열심히 달린 덕에 기초체력도 생겼고 페달링의 토크포인트에 대한 감도 생겼다.


한적한 10여 킬로 공도를 지나 자연스럽게 들어선 임도는 시나브로 숲으로 빨려 들어간다.

가파른 오르막에선 살짝살짝 들려지는 앞바퀴에 긴장감이 치솟지만 체중으로 누르면서 페달링을 하면 자잘한 자갈들이 타이어에 부딪쳐 튕기면서 ‘뽁’‘뽁’ 경쾌한 소리를 낸다. 그리고 중심을 잃지 않으려 비틀거리는 바퀴의 짓이김에 바지락 모래 밟히는 소리는 이에 바로 화답한다. 페달이 멈추는 순간 넘어질 터이니 이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집중하게 된다.  곧 이어지는 내리막에선 속도를 감당해야 한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슬그머니 잡아주는 왼손 검지로 속도를 줄이면서 순간순간 오른쪽 검지를 이용해 가속되는 속도를 붙잡아준다. 브레이크는 힘조절과 타이밍이 관건이다. 몇 번 하니 감이 온다. 좀 더 길게 이어지는 내리막에선 튀어나온 크고 작은 돌들에 핸들이 손아귀를 뿌리치고 나갈 듯 거칠게 반항한다. 꽉 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어 그 진동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어깨가 뻣뻣해지고 있다. 비틀비틀 무게중심을 옮기는 순간마다 두 무릎으로 붙잡은 안장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과 함께 반사적으로 힘을 쓰는 허리에 지난번 삐끗했던 부분이 꾹꾹 쑤시듯 자극이 느껴진다. 섬찟하다.  조금만 힘이 더 들어가면 부상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며 빠르게 하지만 부드럽게 힘을 빼준다. 성공이다.

반복되는 오르막 내리막이 점차 익숙해지는지 호흡이 길어지고 가벼워진다. 숨도 참고 있었나 보다. 슬슬 불안정한 임도도 즐길 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오르막에서 잠시 휴식




아! 아름답다.


시절인연이라 했던가! 이시절 이광경을 벗들과 함께 나누니 좋은 인연이다.

산봉우리들이 섬이 되었다. 호수를 내륙의 바다라 할만하다.

시시각각 에메랄드, 코발트, 청록, 청회색으로 깊어져가는 햇살 담은 호수의 빛깔이 경의롭다.


항상 변하며 같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다.


불현듯 변하지 않는 세계와 변하는 세계가 왜 서로 어울려 같이 있어야 하는지 알 것도 같다.



모두가 하나다.



금수강산

화려강산


애국가 참 잘 지었다.

잠시 멈춰 서서 온몸을 카메라 삼아 대자연이 주는 후한 선물을 담아보련다.




아직 돌아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

벅차도록 절정에 치달았던 감동의 시간을 뒤로하고

지쳐가는 몸을 달래며 돌아가야 한다.

찬란히 빛나던 햇살도 이제

차가워진 그림자 되어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다.


한낮의 감동이 꿈이었을까?

이 순간을 기억하는 모든 이가

바람결에 사라져도

나는

다시 꿈을 꾸고 있겠다.



돌아가는 길이 있기에

갔던 길이 더욱 빛난다.



오늘도

빛나는 초대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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