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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 람 Feb 10. 2024

딸과의 대화

기도


딸이 묻는다  

아빠는 왜 기도해?

아빠가 대답한다.

가는 길이 안 보여서 길을 찾으려고.


딸이 묻는다.

기도하면 길이 보여?

아빠가 대답한다.

보려고 기도했는데, 볼 수 없으니 맡기게 되더라.


딸이 묻는다.

그럼 아빤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

아빠가 대답한다.

그러게…

그런데 모르는데 안다고 할 수도 없고,

안 보이는데 보인다고 할 수도 없고,

잘 모르고 잘 안 보이더라도 그 순간 알고 보이는 만큼만으로 선택하고 나머진 맡기는 거지.


딸이 묻는다.

그런데 어디에 맡겨?

아빠가 대답한다.

운명이라고들 하고, 삶이나 자연의 이치라고도 하고, 또는 순리나 신이라고도 하고…

사람이 다 알 수 없는 그러나 어렴풋이 느끼는 나 자신보다는 좀 큰 존재…

좀 어렵나?


딸이 또 묻는다.

그런 게 있어?

그리고

맡겼는데, 잘 안 됐으면?

아빠가 대답한다.

맡겼으니까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거지.

어차피 아빤 아빠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한 거고 나머진 아빠 능력밖이었으니…


딸이 말한다.

그게 뭐야!

난 그런 거 안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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