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art 59, Prologue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
문득,
무심히 그림 그리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해 본다.
몇 시간이고 허리 아픈 줄 모르고
하루 하루,
몇 날 며칠 그린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기보다
스스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나 보다.
살아왔던 나라의 도시를 벗어나
대자연속에 잠시 머물며
보고,
느껴지는 것,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그 대상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무엇이 나를 표현하게끔 만드는지,
그림을 그리면서 서서히 명료해진다.
자연의 언어에서 인간의 언어로 바꾸어가는
생명의 통역사가 되어간다.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대자연의 감동
나도 모를 감탄 가운데
슬그머니 내가 그 안에서 사라지는듯한 묘한 경험을 한다.
시시각각 한순간도 같지 않은 장엄한 광경
나보다 큰 나와의 만남,
그 감탄의 순간에 좀 더 머물고 싶고
그 실체에 좀 더 다가가고 싶어 진다.
그 감탄의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들어본 카메라, 하지만 카메라 렌즈에 담기엔 여전히 부족하고 아쉽다.
그 감동에 오롯이 머물고 싶다.
어둠을 쪼개며 빛과 같이 쏟아지는 5월의 폭포수,
겨우내 얼었던 빙하가 봄햇살에 녹아 흐르는 광경은 무의식 깊이 감추어있던 생명의 시작을 일깨운다.
엄마 뱃속에서 양수를 터트리고 나오던 기억이전의 경험을 흔들고 있다.
지난 세월 속에 얼어붙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한 방울 한 방울 폭포수 되어 쏟아져내린다.
바윗덩어리 같은 감정과 생각의 덩어리들이
방울방울 부서지며 유연하면서도 힘찬 물줄기 되어
다시 바위를 두드린다.
숨어있던 감정의 메시지가
더듬어 그리는 동작과 함께 조심스레 드러난다.
수만 년 빙하수와 그 두드림으로 갈라진 바위결을
한선 한선 종이 위에 옮겨가면서 나도 모르게 자연과 그림, 그리고 자신이 하나 되는 새로운 시간여행으로 떠나간다.
경이로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인간,
역시
경이로운 존재이다.
59세
다시 살아보기.
좋은 타이밍이다.
Restart 59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