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훈련 3
일상에서 꾸준히 산책하듯 침묵여행을 떠나는 일은 상당한 의지가 필요하다. 강렬했던 경험을 다시 맛보고 싶은 욕구가 꿈틀대지만 이 역시 힘이 들어간 게다. 이 또한 혼자 공상소설 쓰는 욕구임을 알아차리고 가벼이 떠나보낸다.
산책할 때 다리가 묵직하다는 불편한 느낌이 들어 자전거둔근페달링을 응용해 둔근워킹을 시작해 본다. 의식을 엉덩이 근육에 두고 걸음걸이를 가볍게 한다. 허벅지, 종아리, 발목에 힘을 탄력 있게 주면서 가볍게 걷는다. 묵직했던 다리에 두었던 주의가 엉덩이 골반으로 옮겨감으로써 불편했던 느낌이 사뭇 가벼워졌다. 사실 자세보다는 깨어있는 의식이 더 의미 있지 않았을까 싶다. 걷는 발걸음 하나하나 충실하면서 그저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처럼 고요히 반복한다.
가만히 보면 단순반복적인 활동은 주의력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윤회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상상해 본다.
반복되는 삶에서 놓친 것을 발견하고 좀 더 나은 시도를 해볼 기회를 갖기 위해…
가벼워짐은 어떤 매직이 아니다. 매 순간 깨어 현재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 느낌등을 충실히 대하되 그것들을 또 다른 이야기로 엮어가기 전에 존중하고 떠나보내는 것이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불현듯 닥칠 때, 조건반사처럼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부정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을 단지 상상으로 가볍게 받아들이는 순간,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긴장감이 빠지고 가벼워진다.
느낌은 느낌이고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덤으로 코끝을 스치며 몸속을 오가는 숨이 맛있다.
숨 쉬는 게 기분이 좋다.
경쾌함이라는 게 이런 건가 보다.
과거의 기억도 미래의 계획도 아닌 현재에 있다는 것.
습관적이고 관념화된 체험이 아닌 현재 경험하는 새로운 세계이다.
하지만 사실 잠시 그때뿐, 일상사에서 수많은 사건, 시간 속에 현재를 놓칠 때가 대부분이다.
갈길이 멀지만
가는 길을 가고 있다.
암탉이 알을 품듯 작은 깨달음이 체화될 때까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일상을 조심스레 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