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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의 신》

전국 지자체 및 관공서 유튜브 활용 동향 및 활성화 방안

김선태, 《홍보의 신》, 21세기북스, 2024


누구에게나 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취향이 있다. 나는 저자나 주제의 화제성이 높은 책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이런 책들은 세간의 뜨거운 감자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때때로 책 한 권이 다 끝나도록 이렇다 할 내용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덧붙여 단편적인 경험을 근거로 “이렇게 해라” 하는 책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대체로 자기계발서가 여기에 속한다. “이렇게 해라”라고 하면 괜히 “나는 그렇게 안 할 건데?” 하는 반발심부터 들고 보는 청개구리 심보가 내 마음속 어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홍보의 신》은 요즘 제일 핫한 공무원이, 장안의 화제인 유튜브 운영을 두고 “이렇게 해라” 하고 말하는 책이니 평소라면 손이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들어 유난히 안 하던 일들을 하고 싶고 안 읽던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생각해 보면 화제성이 있다는 건 (나는 아닐지언정) 세상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니 때때로 이런 책들을 통해 세상과 나의 눈높이를 조율해 둘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저자가 특정 분야에서 남들이 인정할 만한 성과를 올린 사람이라면 이야기를 들어 둬서 나쁠 건 없을 것도 같다. 심지어 무려 홍보의 ‘신’이라지 않는가! 나라는 사람의 능력을 시장에 팔아야 하는 프리랜서로서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책에는 ‘충주시’ 유튜브 채널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 주던 저자의 솔직하고 똑 부러지는 말투가 그대로 담겨 있다. 덕분에 최근 읽은 책 중 손꼽을 만큼 쉽게 읽힌다. 군데군데 재치 있는 멘트도 잊지 않았는데 만약 이런 포인트들이 아니었다면 ‘2024년 전국 지자체 및 관공서 유튜브 활용 동향 및 활성화 방안’이라는 지자체 보고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홍보 잘하는 노하우’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기도 하다. 속속 등장하는 통계 자료가 그 증거다. 미국 팝스타를 흉내 내는 코미디언을 흉내 내던 모습을 떠올리며 마냥 가볍거나 말장난이 난무하지는 않을까 했지만 기우였다.


책은 첫 페이지부터 오로지 ‘인기 유튜브 채널을 만들려면 어떻게 홍보해야 하는가’라는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무척 목표 지향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점에서는 ‘충주시’ 유튜브 채널과도 닮았다. 저자는 ‘정보 전달’도 하고 ‘기관 홍보’도 하다 시민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타 지자체의 유튜브 채널을 반면교사 삼아 ‘충주시’ 채널의 색깔을 정했다. ‘정보 전달’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충주시’라는 이름을 홍보하는 데만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목표를 한참 초과 달성하며 ‘충주시’는 지금의 존재감을 획득했다.


알랭 드 보통의 책 《여행의 기술》에는 19세기말 프랑스 소설 주인공이자 방구석 여행자인 ‘데제생트’ 공작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런던과 관련된 책을 읽던 데제생트는 문득 런던을 여행하고 싶어져 기차역으로 향한다. 하지만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들른 영국식 펍과 식당에서 현지에 도착했을 때 마주해야 할 온갖 난관들과 피로를 상상하고는 ‘여기서도 충분히 런던을 느낄 수 있는데 구태여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며 도로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간다. 데제생트가 책과 펍과 식당을 통해 런던을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나 역시 책을 덮으며 왠지 내가 직접 구독자 60만에 이르는 채널을 멋지게 만들어 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모처럼 책과 펍과 식당에서 런던을 맛본 데제생트는 집으로 가는 대신 기차를 타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나 역시 매일, 이를테면 ‘왜 사람들은 유튜브에 열광하는가’ 혹은 ‘유튜브는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논하는 유의 책들만 읽다가 ‘구독자 60만 명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관리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논하는 책을 읽었더니 모처럼 자극이 되었다. 유튜브 채널 개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영감을 조금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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