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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Jun 20. 2021

누가누가 잘 표현했나

타이틀 로고가 돋보이는 웹툰 5선


뚜렷한 캐릭터, 짜임새 있는 서사, 완성도 높은 작화, 모든 요소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연출 등 웹툰을 제작할 때 고려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오늘은 웹툰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에서 타이틀 로고를 잘 활용한 웹툰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타이틀 로고는 웹툰의 작품성과 무관한 요소이기 때문에 일견 중요도가 떨어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타이틀 로고는 작품에서 유일하게 모습이 변화하지 않는 요소다. 한 번 정해지면 바뀌지 않고 작품이 완결될 때까지 매 회차마다 동일한 형태로 원고에 사용된다. 로고는 독자의 시선을 과하게 뺏거나 작품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동시에 작품이 가진 분위기와 내용을 함축해서 보여줘야 한다. 특히 타이틀 로고는 작품 홍보 배너에 사용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독자와 작품을 연결하는 대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아래 소개하는 웹툰은 대문 역할을 충실히 한, 타이틀 로고가 돋보이는 웹툰이다. 작품에 사용되는 소재를 로고에 반영한 웹툰, 장르가 주는 느낌이 로고에 흠뻑 묻어나는 웹툰, 작품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웹툰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타이틀 로고를 활용한 작품을 모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타이틀 로고를 보고 기꺼이 문턱을 넘어 작품 안으로 들어오기를 바란다.




l  작품명: 여왕 쎄시아의 반바지

l  작가: 원작 재겸 / 웹툰 새들

l  플랫폼: 코미코

l  장르: 로맨스 판타지

l  작품소개: 아흔아홉 개 나라를 평정하고 통치자의 잔을 손에 쥔 위대한 여왕 쎄시아, 그녀의 진짜 고민은 바로 불편한 코르셋? 발렌시아 대국을 이룬 여왕 쎄시아는 복잡한 레이스와 무거운 코르셋에 조여 고통스러워하던 중, 신뢰하는 의동생 에넌 라이언하트 공작에게 쩔어주게 편하고 아무튼 죽여주는 옷을 가져올 것을 명한다. 

한편 대한민국 중소 의류회사에서 열정페이로 고생만 하다가 사고로 죽음을 맞은 패턴사 유리는 눈을 떠보니 쎄시아가 통치하는 중세적인 국가에서 다시 태어나버렸다. 낙후된 의류사정을 혁명하겠노라 다짐한 유리는 수월하게 사업을 하기 위하여 남장을 택하고 대륙 최대급 상단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는데. 

에넌이 유리를 발견한 순간 유리가 해내 보일 일은 대체 무엇일까.

l  타이틀 로고: 작품 주요 소재이자 주인공의 직업인 ‘의상 디자이너’를 센스 있게 표현한 로고다. 원작 웹소설은 로맨스판타지 장르에서 흔히 쓰이는 폰트만을 사용해 타이틀 로고를 제작했는데, 웹툰 로고는 의상 디자인을 연상케 하는 단추, 가위, 재단 이미지를 한껏 살려 작품에 사용되는 소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회차 표기도 옷걸이를 사용하여 로고와 일관성을 가지면서 귀여움을 더했다.  

작품 내용이 로맨스판타지 장르에서 주로 다루는 황실이나 귀족의 세력다툼이나 로맨스보다 여왕이 입는 의복 디자인을 중심으로 고정관념을 전복하는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에 웹툰 로고에서 사용한 폰트가 작품 분위기를 잘 살린다고 생각한다.



l  작품명: 조류공포증

l  작가: 글 조눈 / 그림 리도

l  플랫폼: 다음웹툰

l  장르: 공포, 스릴러

l  작품소개: 조류공포증이 있는 철민이 돌연변이 새들과 하르퓌아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이야기.

l  타이틀 로고: 작품 내용 및 장르와 잘 어울리는 타이틀 로고다. ‘공포증’ 글자에 흔들리는 효과를 넣어 주인공이 조류를 볼 때 느끼는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글자 사이 빈 공간을 채운 빨간색 볼펜은 주인공이 마주보는 공간 너머로 눈이 마주친 조류의 빨간 눈동자를 연상케 한다. ‘공포증’ 글자에 덧입힌 빨간색 볼펜 자국이 흐릿하고 탁한 터치로 공포에 떠는 느낌을 준다면, ‘조류’ 글자에 덧입힌 빨간색 볼펜 자국은 선명한 피 색깔이 연상된다. 조류를 표현하는 두 다리와 ‘ㄹ’을 가로지르는 선명한 빨간 선이 주인공을 위협하는 어떤 존재를 암시하는 듯하다. 



l  작품명: 봄의 에스프레소

l  작가: 원작 돌체나비 / 웹툰 권도희

l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l  장르: 로맨스

l  작품소개: 9년이나 운영하던 ‘카페 봄’을 닫고 구직에 나선 봄솔. 잘생기고 실력 좋지만 까칠한 세계적인 바리스타 제이크 케이 아래에서 일하게 된다. 그런데 어딘가 그의 모습이 낯익은데? 봄솔의 첫 사회생활. 과연 순탄하게 지낼 수 있을까?

l  타이틀 로고: 주요 소재인 커피와 로맨스의 간질간질한 느낌이 잘 표현된 로고다. ‘봄’은 주인공 ‘봄솔’의 이름이자 봄솔이 9년 간 운영한 ‘카페 봄’의 이름이고, 봄솔이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에 면접을 보는 계절이기도 하다. 폰트에 사용된 다양한 초록색은 주인공 봄솔의 정체성, 도전, 추억, 새 출발 등 다양한 의미가 담긴 ‘봄’의 이미지를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로맨스가 풍기는 싱그럽고 앳된 이미지도 반영한다. 앙증맞게 그려진 커피잔과 커피포트는 타이틀 속 ‘에스프레소’가 비유가 아닌 소재로 사용됨을 보여준다. 



l  작품명: 살아남은 로맨스

l  작가: 글/그림 이연

l  플랫폼: 네이버웹툰

l  장르: 드라마, 판타지

l  작품소개: 로맨스 소설에 빙의해 행복한 삶을 살던 채린. 그녀의 눈에 남자주인공인 ‘제하’ 외에는 모두 검은색 그림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갑자기 바뀐 소설의 장르. 살아남으려면 엑스트라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l  타이틀 로고: 주인공 채린이 빙의한 곳은 ‘로맨스 소설’이지만 갑자기 소설 장르가 바뀌면서 채린은 로맨스의 ‘ㄹ’도 느껴지지 않는 살벌한 현장에 남겨지게 된다. 타이틀 로고는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필기체 느낌 폰트를 사용하여 로맨스 소설 특유의 사랑스러운 느낌을 살렸지만, 폰트 위에 피 칠갑 효과를 덧입혀 채린이 처한 상황이 로맨스와 거리가 멀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작품이 가진 반전 설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타이틀 로고이다.



l  작품명: What does the fox say?

l  작가: 글/그림 팀 가지

l  플랫폼: 봄툰

l  장르: GL

l  작품소개: 붙잡지도, 붙잡히지도 않는 수민과 세주의 오랜 관계 속으로 어느 날 성지가 들어왔다.

l  타이틀 로고: 수민, 세주, 성지 세 여자 사이 관계성과 작품이 가진 섹시한 분위기를 잘 살린 그림체가 돋보이는 GL계 레전드 작품 <What does the fox say?>. 그림체만큼이나 작품 분위기를 잘 살린 요소가 타이틀 로고다. 작품 내용을 암시하는 그림이나 효과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작품과 어울리는 폰트와 색상만으로 섹시한 분위기를 표현하여 독자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나 역시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타이틀 로고에 이끌려 작품을 시작한 독자이다. 어떤 작품은 작품과 찰떡인 타이틀과 타이틀 로고만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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