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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Jun 06. 2021

오, 싱그럽고도 뜨거운 여름

여름을 좋아하게 만드는 로맨스 웹툰 추천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여름을 별로 안 좋아한다. 첫째, 더위를 너무 타는 탓이다. 더우면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더위를 피하려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달고 살지만 인공적인 바람 밑에서는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며 ‘어쨌든 여름에는 더운 게 자연스러운 모습 아닌가’ 라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렇다고 더위를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둘째, 여름은 한 해가 절반이나 지나갔음을 상기시킨다. 더위에 정신을 놓고 3개월을 지내면 어느새 하반기도 절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사실 두 번째 이유는 갖다 붙였다. 이유를 더 붙이고 싶을 만큼 나는 더위에 속수무책이고, 더위가 가득한 여름을 안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리 떼쟁이 같이 투정 부려도 여름은 온다. 그래서 계-속 징징거리는 대신, 돌아오는 여름을 조금 더 사랑해볼 방법을 찾기로 했다. 내가 직접 겪는 여름은 싫을지라도 어떤 영화, 어떤 드라마, 어떤 소설, 그리고 어떤 웹툰 속 여름은 여름만이 가진 싱그러움, 여름만이 가진 끈적함, 여름만이 가진 뜨거움을 동경하게 만드니까. 작품 속 여름으로 도망쳐 보기로 했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조금은 여름을 기대하게 하는, 여름 향 물씬 풍기는 로맨스 웹툰을 추천한다.




#땀 맺힌 얼굴을 무심히 훑고 지나가는 여름 바람

<썸머 브리즈>


빌딩 숲 사이로 아스팔트 열기를 타고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연상되는 도시 여름과 달리, 시골 여름은 산들바람에 초록 벼가 일렁이는 풍경이 떠오른다. 바람을 가로막는 건물 하나 없이 탁 트인 시골 풍경을 상상하면 여름 더위도 어쩐지 무던히 넘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썸머 브리즈>는 한적한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기다림’을 그리는 단편 웹툰이다. 주인공과 주인공 가족은 각자 고민과 갈등을 마음에 품고 있지만, 고민과 갈등은 한결 같은 사랑으로 그들을 기다린 시골 가족을 만나 힘을 풀고 부드러워진다. 작품 제목처럼,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히는 여름 바람을 닮은 기분 좋은 작품이다.


작가: 한경찰
플랫폼: 네이버웹툰



 #순수한 열심이 빛나는 로맨스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

 

땀방울에 녹은 열정과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일까? 누군가 ‘열심’인 모습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은 타인의 소망에 한해 기가 막히게 행운이 따르는 남주 강하다와, 착하고 배려심 많지만 마음의 상처를 가진 여주 최유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다름 아닌 인기 보이그룹 STORM 덕질! 하다는 STORM 팬이 아니지만 유리와 가까워지기 위해 덕질 메이트를 자처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해 유리에게 덕후로서 꿈만 같은 순간을 선사한다.

작품에서 여름이 연상된 이유는 두 주인공이 열심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다. 요령 피울 줄 모르는 성격인 남주와 여주는 덕질도 열심, 서로에게 다가가는 일도 열심이다. 두 사람의 로맨스에 저돌적인 느낌은 1도 없지만, 표정을 살피고 마음을 헤아리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 가는 하다와 유리를 보면 흐뭇한 얼굴로 응원하게 된다. 


작가: 기비
플랫폼: 다음웹툰



#살 내음이 묻어나는 여름 밤 공기

<밤의 향>


여름 밤은 무더움과 서늘함의 이미지를 모두 가진다. 끈적한 공기에 땀 내음이 나고 등골 서늘한 밤 공기에 땀이 식는 밤. 

여름 밤이 가진 양면성에 잘 어울리는 19금 작품으로 보리 작가님의 <밤의 향>을 추천한다. 여인들이 품은 이야기를 듣고 연상되는 배경을 그려넣어 춘화를 완성하는 적야 선생. 어느 날 한 양갓집 규수가 춘화를 요청하며 적야 선생을 찾아온다. 부족함 없어 보이는 여인이 풀어내는 사랑 이야기 속에는 무엇 하나 자기 뜻대로 할 수 없어 생긴 처량함이 가득하다.

동양풍의 아련함이 살아있는 그림과 절절한 사랑을 그리는 서사, 은밀함이 돋보이는 대사와 씬의 조화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작가: 보리
플랫폼: 다음웹툰



#풍덩, 물이 주는 자유로

<호수의 인어>


런칭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네이버 신작 웹툰 <호수의 인어>. 몇 화 오픈하지도 않은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수영장 장면이 주는 시원함과 자유로움 때문이다.

희소병을 앓아 대회 참가가 취소될 위기에 처하지만 그럼에도 대회를 포기하지 않고 수영장을 찾으며 도둑 수영을 하는 담영과 물 속에서만 특정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전학생 해수(어떤 자유인지는 직접 확인해 보세요!). 아직 매우 초반이므로 풀릴 이야기가 많지만 각자가 가진 비밀스러운 자유가 만나는 장면을 본 순간, 나는 연재작을 시작한 벌을 달게 받기로 했다.


작가: 박새
플랫폼: 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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