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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May 22. 2021

당신의 인생 첫 만화책은 무엇인가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읽어본 만화책이라고는 <그리스 로마 신화><먼나라 이웃나라><뚱딴지 명심보감> 같은 학습만화가 전부인 시절, 고모 방에서 만화책을 처음 발견했다. 지식 제공 및 학습이 목적인 만화와는 그림체부터 이야기까지 모두 다른 책에 나는 금세 빠져버렸다. 고모의 옷방에 있던 세 종류의 만화책을 얼마나 많이 반복해서 봤는지 아직도 내용이 생생히 기억난다.


오늘은 웹툰이 아닌 만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요즘은 웹툰 같은 세로스크롤 만화뿐만 아니라 옛날에 단행본이나 만화잡지로 본 페이지 만화도 웹툰 어플리케이션에 서비스되고 있다. 앱으로 만화를 보는 방식이 익숙하고 접근성도 더 좋은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책으로 접한 만화는 앱으로 보는 방식이 익숙지 않다. 하지만 단행본은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각 출판사도 앱으로 서비스하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웹툰 어플리케이션에서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다. 내가 인생 첫 만화책을 떠올린 이유도, 고모의 옷방에서 스무 번도 더 읽었을 만화를 카카오페이지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여기 나의 인생 첫 만화책 3개를 소개하고, 또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인생 첫 만화책은 무엇인가요?





[철없고 평화로운 풍경으로 동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 <달래하고 나하고>]


일상 속 빠른 속도에 지칠 때, 사람 간 정을 느끼고 싶을 때, 철없는 어린 시절을 반추하고 싶을 때. 강모림 작가의 작품 <달래하고 나하고>를 추천한다. <달래하고 나하고>는 주인공인 6살 꼬마아이 달래의 시선으로 이웃과 가족 간에 나누는 정을 그리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두 언니, 그리고 아빠와 함께 사는 달래네 옆집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 오면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처음에 투닥거리기 바쁘지만 각 집의 막내인 달래와 범수가 절친이 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친해진다. 예기치 못한 이별이 찾아올 때까지 달래와 범수네 가족 이야기는 사계절을 표현하는 단행본 표지처럼 행복하게, 철없게, 평화롭게 흘러간다.

나에게는 이 작품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버금 가는, 아니 그보다 더 큰 위안을 주는 힐링 콘텐츠이다. 어떤 작품은 나이를 먹으면서, 또는 나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지면서 예전만큼 감흥을 주지 못하기도 하는데, <달래하고 나하고>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푸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꺼내 보고 위안을 얻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은 큰 행운이다. 많은 사람이 보고 힐링을 얻었으면 하는 내 마음을 대변하듯, <달래하고 나하고>는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등 각종 웹툰 플랫폼에서 서비스 중이다.





[독자와 세월을 함께하는 요리만화 - <아빠는 요리사>]


밥 먹고 갈래요세로스크롤이든 페이지든 뷰어 형식과 상관없이 음식이나 요리 만화를 정말 좋아한다. 음식 자체를 주제로 다루는 <오무라이스 잼잼><식객>, 음식과 일상을 결합한 <코알랄라><밥 먹고 갈래요?>, 음식이나 요리를 소재로 인생, 연애, 우정 등을 다루는 <공복의 저녁식사><쌍갑포차><저녁 같이 드실래요?>까지, 음식을 소재로 하면 일단 클릭해본다. 

만화와 음식 좋아하기로 뒤지지 않는 일본에도 <심야식당><고독한 미식가>과 같은 비교적 최신작부터 <요리왕 비룡><미스터 초밥왕> 같은 레전드 작품까지 다양한 요리만화가 있지만 내가 가장 먼저 만난 일본 요리만화는 바로 <아빠는 요리사>이다. 남자 요리사는 익숙해도 아빠 요리사는 어쩐지 익숙하지 않아 당시에도 흥미로워 한 기억이 난다. 주인공 일미의 가족과 직장 동료를 중심으로 한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품은 

1985년부터 현재까지 매우 긴 호흡으로 연재 중인 작품이다. 1권에서 초등학생인 아들이 대학생이 되고, 주임으로 시작한 주인공이 과장으로 승진하고, 말썽만 일으킨 부하직원이 주임이 되고 아기아빠가 되는 등 등장인물도 모두 독자와 함께 나이를 먹고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다. 등장인물이 겪는 크고 작은 사건이 우리네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덕분에 독자는 등장인물이 음식으로 위로 받는 모습을 보며 함께 위로 받고 기운을 얻는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자리 같은, 가족 같은 따뜻함이 있는 만화다. 한국에서는 아쉽게도 아직 단행본으로만 만날 수 있으며 2021년 1월 기준 144권까지 나온 상태이다.





[어른의 사랑이란 이런 거구나! - <사랑연습>]


한승원 작가의 작품 <사랑연습>은 우연한 계기로 만나 사랑에 빠진 동갑내기 대학생 두 사람이 시한부라는 운명으로 갈라지기까지 과정을 그린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당시 초등학생인 나는 <사랑연습>을 읽고 ‘이런 게 어른의 사랑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더 어릴 때 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사랑을 다뤘지만 애니메이션 속 사랑은 나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웨딩피치><카드캡터 체리>를 볼 때는 사랑보다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거나 변신하는 모습에 더 관심이 갔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미녀와 야수>는 주인공이 입은 드레스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왕자와 공주는 으레 좋아하고 결혼하는가 보다 했다. <사랑연습>은 달랐다! 두 사람은 서로가 보고 싶어 못 견뎠고, 알콩달콩 사랑했으며, 두 사람에게 닥친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던 나에게 두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나 운명적인 사랑처럼 보였기 때문에 언젠가 나도 어른이 되면 <사랑연습> 같은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기억이 난다.

거의 20년만에 다시 보니 한승원 작가님 특유의 커다란 눈망울과 90년대 만화책만이 가지는 흑백 감성이 아련하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어릴 때는 까마득한 어른처럼 느껴진 주인공이 이제는 첫 연애를 하는 풋풋한 대학생으로 보인다는 점일까? <사랑연습>은 현재 미스터블루에서 PC 버전으로 서비스 중이다. 이제는 옛날 클리셰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시한부 사랑 이야기를 애정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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