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고 Sep 04. 2021

'세상에 없던 세상', 그 첫 인상은?

카카오웹툰 어플리케이션 1달 사용기

*iOS 어플리케이션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2021년 7월 말, 거리와 TV에 대문짝 만한 아이유 얼굴이 등장했다. 다른 요소는 일체 없이 아이유 얼굴만 가득한 광고. ‘세상에 없던 세상’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카카오웹툰 광고였다.

광고부터 새로 바뀐 UI까지, 카카오웹툰은 출시 직후부터 많은 평가에 직면했다. 기존 웹툰 플랫폼 어디서도 찾아보지 못한 기능과 시도가 참신하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너무 달라진 UI와 ‘웹툰’은 찾아볼 수 없는 광고 내용에 혹평도 많이 받았다.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무언가 바뀌어서 느끼는 불편함은 단지 ‘변화’에서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믿는 한 사람으로서 진득하게 카카오웹툰을 한 달 간 사용해보았다.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주관적인 관점으로 적어본 카카오웹툰 1달 사용기.



‘세상에 없던 세상’을 표현한 어플리케이션


(좌) 카카오웹툰 로딩페이지 (우) <취향저격 그녀>의 작품홈 이미지와 작품홈 영상


카카오웹툰 앱을 설치하고 처음 받은 인상은, ‘와. 돈 엄청 썼구나.’ 였다. 물론 좋은 의미이다. 자본을 투자해서 으리으리한 UI를 만들고자 노력한 느낌이 물씬 났기 때문이다. 자본을 투자하고도 투자한 만큼 편하거나 획기적인 UI나 디자인이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카카오웹툰 UI는 슬로건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투자한 값을 한다고 느꼈다.

‘세상에 없던 세상’이라는 슬로건처럼, 카카오웹툰은 기존 다음웹툰 어플리케이션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UI를 선보였다. 검은 배경과 세로로 긴 직사각형 썸네일, 움직이는 썸네일과 작품홈 이미지, 작품별로 다른 타이틀 폰트까지 전반적으로 넷플릭스를 연상케 하는 UI였다. 다른 웹툰 플랫폼이 아닌 영상 플랫폼 '넷플릭스'와 비슷해 보인다는 점은 어떤 의미일까? 웹툰은 이전과 달리 웹툰에서 끝나지 않고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무빙툰 등 다양한 영상매체의 소스가 되고 있다. 이전에는 현실과 밀착된 장르인 드라마나 로맨스 위주로 미디어 믹스가 진행되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 수요와 기술 발전을 등에 업고 판타지 장르도 영상 IP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카카오웹툰은 웹툰 업계 대세인 판타지 장르 특유의 화려함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웹툰을 보다 인터랙티브한 소스로 활용하고자 하는 포부를 담아 '움직임'과 '다양한 콘텐츠'를 중점으로 UI를 개발한 듯 보인다.

새로운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초반 로딩 이미지를 지나면 다양한 작품이 서로 다른 그림체와 타이틀 폰트로 말을 거는 듯 나타난다. 세세한 인터페이스와 별개로 전반적인 어플리케이션 설계는 카카오웹툰이 지향하는 바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느낌이다. 다만 다음웹툰과 UI가 너무 달라진 탓에 이미 정착된 사용 습관을 바꾸기까지 시간이 꽤 소요된 점은 아쉽다.




무한스크롤을 더하고 스와이핑을 버린 인터페이스


카카오웹툰의 무한스크롤 기능


‘무한스크롤’은 무한한 작품 탐색을 위해 도입한 기능이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스크롤 기능과 ‘무수한 작품 탐색’이라는 목표를 더해 끝까지 내려가서 걸리는 일 없이 말 그대로 끝없이 스크롤이 내려가고 회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일 연재를 살펴보면, 각 요일 탭을 클릭하여 볼 수도 있지만 특정 요일에서 스크롤을 내리면 자연스레 다음 요일로 넘어가면서 연재 중인 작품 목록을 전부 스크롤을 내리는 행위만으로 훑어볼 수 있게 만들었다. 랭킹 탭의 경우 모든 작품에 순위를 매기기 힘들기 때문에 무한스크롤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이외의 탭에는 모두 무한스크롤을 적용했다.

웹툰 자체가 세로스크롤을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익숙한 손동작으로 많은 작품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롭다. 특히 카카오웹툰이 갖춘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무한스크롤은 더욱 활발하게 기능할 것이다. 다만 적확한 큐레이션 없이는 넷플릭스처럼 ‘볼 건 많은데 볼 게 없는’ 상태를 가속화하는 기능도 무한스크롤이 될 것이다.


큰 탭(빨간색)에서는 좌우 스와이핑이 가능하나, 작은 탭(하얀색)에서는 스와이핑이 되지 않고 클릭해야 탭 이동이 가능하다.


게다가 스크롤 기능에 집중하면서 좌우 스와이핑 기능을 많이 빼버렸다. 웹툰원작/소설원작/랭킹 등 큰 탭에서는 스와이핑 기능이 유효하지만 하위 탭에서는 스와이핑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요일연재에서 요일을 선택할 때도 직접 클릭하지 않고 스와이핑하면 다음 요일이 아니라 다음 탭으로 넘어가 버리고 만다. 스와이핑에 익숙한 아이폰 유저로서 스와이핑이 유효하지 않은 부분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웹툰원작과 소설원작을 구분하다


웹툰원작(오리지널 작품, 좌)과 소설원작(노블코믹스, 우)으로 카테고리가 나뉘었다.


요일연재와 완결로 일괄 구분하던 이전 방식과 달리, 웹툰원작과 소설원작으로 구분한 후 연재와 완결을 나눈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음웹툰에서도 <흔한 환생녀의 사정>이나 <대마법사의 딸> 등 노블코믹스 작품을 서비스했으나 노블코믹스를 주력으로 미는 플랫폼은 아니었다. 반면 카카오페이지는 노블코믹스 트렌드를 선도한 플랫폼답게,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웹툰보다 노블코믹스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카카오웹툰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서비스 중인 로맨스판타지 및 판타지/무협 장르 노블코믹스를 다수 들여오고, 웹툰원작과 소설원작 작품을 구분함으로써 노블코믹스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임을 보여주었다. 향후 카카오웹툰스튜디오가 카카오페이지 자회사인 연담(로맨스/로판), 판시아(판타지/무협)처럼 노블코믹스를 생산할지, 하게 된다면 어떤 장르를 주력으로 하게 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아쉬운 큐레이션 서비스


로딩 페이지 이후 가장 먼저 보이는 추천 탭과 스페셜 탭


큐레이션 서비스는 카카오웹툰이 이번 개편에서 자신 있게 홍보한 기능이다. 앱을 켜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화면도 추천과 스페셜 탭이다. 보관함에서도 최근 감상 이력을 바탕으로 추천 작품이 뜨고, 작품홈 이미지를 아래로 스와이핑하면 해당 작품과 내용/그림체/장르가 유사한 작품을 AI 매칭을 통해 소개한다. 이렇듯 곳곳에 큐레이션 기능을 두었지만 큐레이션 서비스 신뢰도는 아직 높지 않다.


(좌) 한 회차의 댓글 하단에 뜨는 '이 작품과 유사한 작품들' (우) 보관함 탭 하위 카테고리인 '최근 감상'에 뜨는 추천 작품들


추천과 스페셜 탭은 한 달 내내 같은 작품만을 추천하는 느낌이어서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작품을 볼 때 회차가 끝나는 지점에 소개하는 ‘이 작품과 유사한 작품들’은 매 회차에 걸쳐 중복으로 추천되는 한두 작품을 제외하고는 유사하다고 느끼지 못한 작품이 많았다. 보관함 탭 하위 카테고리인 ‘최근 감상’에서 추천하는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독자 개인의 전반적인 취향을 파악하고 추천하기보다 바로 직전에 클릭하거나 감상한 작품을 기준으로 큐레이션하여 취향과 동떨어진 작품이 올라올 때가 잦다. 카카오웹툰에서도 발표했듯, 큐레이션 서비스는 지속적인 사용자 피드백과 콘텐츠 확보를 통해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높은 매칭율을 보여준다고 느낀 큐레이션 기능은 작품홈 이미지에서 연결되는 내용/그림체/장르에 따른 AI 매칭이었다. 소개하는 작품마다 유사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고, 의아하게 여겨지는 작품 수가 적었다.




드디어 소!장!가!능!


캐시를 충전하여 대여권과 소장권 구매가 가능해졌다.


나는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기를 원하는 독자이다. 동시에 한 작품이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에 동시 서비스해도 왠지 다음웹툰에서 소장하기를 원하는 이상한 집착이 있는(?) 독자이다. 만약 나와 같은 독자라면 그동안 다음웹툰에 작품 소장 기능이 없는 점을 아쉬워했을 것이다.

소장 기능을 원하는 독자가 많기 때문일까? 카카오웹툰이 개편과 동시에 소장권 캐시 충전 기능을 더했다. 이제는 카카오페이지처럼 대여권과 소장권을 충전해, 카카오웹툰에서 서비스하는 작품을 대여/소장가능하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작품을 소장하려면 여전히 네이버 시리즈를 이용해야 하는데, 네이버웹툰도 조만간 웹툰 앱 자체에서 영구 소장이 가능해지기를 바란다. 






한 달 동안 사용해본 카카오웹툰은 다음웹툰의 개편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의 탄생을 보여주었다. 

사실 다음웹툰이 카카오웹툰으로 개편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아쉬움이 많았다. 다음웹툰은 웹툰 업계에서 수많은 ‘최초’를 만들어낸 상징적인 플랫폼이다. 네이버웹툰이 시장점유율을 추월하고 카카오페이지와 레진코믹스를 비롯한 유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전보다 시장에서 영향력이 줄어드는 등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여러 작품의 미디어 믹스와 로맨스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다양성’을 중시하는 1티어 플랫폼으로 명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근 몇 년 사이 배출한 히트작 개수가 줄어든 탓일까. 결국 웹툰의 시대를 연 다음웹툰은 사라지게 되었다. 카카오웹툰이 단순히 플랫폼 이름을 넘어 UI/UX를 대폭 개편하고 카카오페이지에서 다수 작품을 데려온 것은 지금껏 다음웹툰이 지향한 방향과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감을 암시한다. 과연 카카오웹툰은 어떤 세상을 보여줄까? 카카오웹툰이 보여줄 세상은 웹툰 업계에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까? 다음웹툰이 웹툰 업계에 바람을 불러일으켰듯, 카카오웹툰이 보여줄 웹툰의 미래가 기대된다.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대로 뽑는 네이버웹툰 최강자전2021 Top 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