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예상치 못했다..!
심리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심리 관련 업계(?)에서 일한 적이 있다. 동료들이 각종 점집을 다 꿰고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때 들은 기억에 남는 말 중 하나는 '심리학의 가장 큰 적이 점(사주)'이라는 것이다. 점집에서 고객층을 너무 많이 가지고 가서 심리전공자도 결국 찾게 된다는.. 하.. 너무 재밌잖아.. 그땐 우스갯소리로 넘겼는데 왠지 마음에 남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앞 날이 불투명하고, 마음이 불안할 때, 이게 맞나 싶고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때, 큰 결정이나 대소사를 앞두고 있을 때.. 오히려 상담센터나 정신의학과 보다 더 많은 고객층이 있을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막상 가면 특정하기 어려운 답답함을 해소해주거나 방향성을 제시해주기까지 하니 얼마나 속 시원한가. (사바사겠지만 상담에 비해 드는 시간이 짧고, 비용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비교적 낮아서일까?라는 생각도 해보며) 이렇게 보면 꽤나 많은 사람이 온전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이 되어주고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구나 싶다.
하루는 궁금해서 신년운세 보러 간 김에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분은 심리학 전공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온다며, 사람들이 너무 크게 받아들일까봐 작은 위기들은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 정도는 누구나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어찌 보면 정신과를 찾고, 상담센터를 찾고, 점집을 찾는 이유는 비슷하지 않을까? (종교도 비슷한 맥락일 것 같다.) 잘 살아내보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지고 있는 힘과 간절함이 나를 움직인 것이겠지. 결국 그 모든 것을 이뤄내는 건 오롯이 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힘과 에너지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건 또 어떤 형태건 나만의 컨설턴트를 찾는 것, 그 여정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어디 괜찮은 점집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