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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렇다 Nov 10. 2023

돼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뜨끈하게 데우며

-권정민의 그림책-

따뜻한 곳으로 파고들고 싶다. 인간의

품이라면 더할나위없을테지만. 일주일간 노동은 우리를 마르고 퍽퍽한 마음과 몸으로 만들었으니.


도서관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와 맘의 온기를 채울만한 그림책을 골라내다가. 아뿔싸!

현대인의 차가운 마음을 콕 찌르고마는 그림책에 싸늘해지는 심장.


권정민 작가. 예사롭지 않다. 인간의 머리를 차갑게 식히더니 스르륵 다시 마음의 온도를 데우려 든다. 아닐수 있다. 포근하게 데우려면 씨뻘건 그 무엇과

까맣게 그슬린 것부터 지워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걸 수도 있다.


<사라진 저녁>, 창비

섬뜩하다. 방전된 일상과 소모되는 것들의 난무속에서외면되어지는 것과 잃어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함으로써 화와 분노로 달궈진 인간을 좀 식히는 것이

어떤지 권해온다.

우리의 시간을 포기하며 먹어치운 생명에게 미안함은 어쩌면 소모시킨 내 시간에 대한 죄책감


문학과 지성사의 <이상한 나라의 그림사전>은 압권이다. 개가 될 수도. 고양이가, 혹은 엽총에 맞아죽을 토끼가 될 수도, 낚시바늘에 모가지가 걸려 죽은 물고기가 될 수도 있었던 확률 속에서 인간으로 태어나서 삶의 ’가치‘를 배웠으면서도 ’가치‘없는 삶을 사는 인간으로 살고 있는 나를, 당신을, 우리를 살얼음판에 얼려 내동댕이칠 것처럼 위협해온다.

그림으로 세상을 보며 나를 돌아보는 가치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문학동네에서는 조금은 온기가 담긴 손을 내어 읽히게 한다.

“당신은 우리에게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우리에게 완전히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어디든 있어주려한다. 가까이 있어야 체온이 느껴지고 너와 나의 체온으로 공기는 데워지는 법이니.

스스로에게 시간과 정성을, 나아가 너와 우리에게


웅진주니어의 <엄마도감>에서는 결국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야만다.  죄책감이 좀 덜어진다. 아이들에게 소모된 현대인으로만 차갑게 굴며 보낸 일주일에 대해. 그리고 더 긴 그간에 대해.


나같은 분노 조절장애 외계인이 엄마구실을 통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점에 관하여


영하권의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거란다. 도서관의 그림책품으로 달겨들길 잘했다. 아이들에게 내어줄 인간의 품으로 온기를 채웠으니. 자, 이제 내 새끼들아! 엄마 품으로 달려들겨라. 엄마는 아직 살아있는 생물이니 뜨거워질 가능성이 아주 많아 맘이 동하거나 혹은 이토록 누군가의 온기어린 품이 그리워질 때면 너희들도 그러하리라 여겨 때마다 뜨끈하게 지져놓고 있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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