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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렇다 Dec 09. 2023

내가 순해질 때는

-읽고 쓸 때-

오랜만에 활자를 읽으면

내 차의 블랙박스를 까보면 얼굴 붉힐 말들이 자주 나올 것이다. 이젠 거의 습관에 가깝게 붙어버린 육두문자. 대상이 뚜렷하지도 않은데 무심코 드는 생각들 끝에는 어김없이 씨*.


따지고보면 나의 실수들, 혹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행동이나 말들이니 스스로에게 뱉는, 내 얼굴에 침대신 욕. 일종의 가책의 행위인데 가만 생각해보면 때마침, 그즈음 나는 읽거나 쓰는 행위를 안하고 있을 때이다.


그러니까 읽고 쓰는 거룩한 행위를 좀 더 했더라면 편파적인 언어로 나를 가학하는 행위는 자제를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읽거나 쓰는 행위로 스스로를 반성하고 쇄신하는 과정을  하지 못하게 될 때 원색적인 가학행위에 몰두하게 되는 자신을 깨달으며 내가 순해지는 행위에 대해 다시 깨닫는다.


읽고 쓰는 일이 입신양명의 필요 이전에 가장 먼저 스스로를 달래고 보호하고 품어서 키우는 일이었음을! 그런 행위를 할 때야 인간이 가장 순해진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의 결론.


오랜만에  <시사인> 종이책을 들어서 최애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소식을 알게되었는데 그게 또, 공교롭게

“괴물”이다.


‘나라는 인간의 실체를 자백하게 만드는..‘


악의가 없어도 악인이 될 수 있는 일들을 범인이

얼마나 생각하며 살까? 그럴 사람 얼마 없을 걸?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모르는 사람을 벼랑끝으로 내몰 수 있는 세상을 살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자신의 행위에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고 살잖아. 그럴 여유도 없고 어떻게 그런것까지 생각하고 살아?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근데, 난 가끔 생각하곤 한다. 소문과 의심과 속단의 피해자로 자저하는 내가 괴로울 때, 혹여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내몰지 않았던가? 그 댓가로 내가 당하는 것인가? 내가 이렇게 힘든데 소문과 의심과 속단의 거대한 힘 앞에서 궁지에 내몰리는, 우리가 외면하는 어떤 사람들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서 이 영화의 리뷰에 쓰인 몇몇의 문장들이 예사롭게 넘겨지지가 않는다. 목요일 밤에 쓴 (죽고 사는 일이 아니면) 이란 일기처럼 휘갈겨 쓴 글도, 실은 회식자리에서 느낀 내 감정이었더랬으니.


“저들이 속단한 나란 인간에 대한 결론”을 가늠하다 괴로워지려는 찰나 스스로를 달랬다.


“죽고 사는 일 아니면 신경 쓰지마. 나를 오해하고 쉽게 결론 낸, 저들도 언젠가 죽고, 실체도 없는 저들의 속단을 또 속단해서, 나를 부정적으로 결정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도 또 의심일뿐일 수 있고. 그런 의심과 속단으로 괴로워하는 나도 언젠간 죽게 될텐데. 괴로워만 하다 죽는대신 편안하고 즐겁고 싶은 일에 더 애를 쓰고 싶구나.


결국 죽어 없어질 나약한 인간들이 벌이는 자잘한 행위들과 실체없는 의심들은 그냥 흘려보내고 신경쓰지마! 란 의도였으니, 나란 인간 가끔 생각한다. 알지 못해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들로 스스로도 가해하지도 말아야하지만,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판단은 제대로 해보는 사람이자고.


굳이 안해도 먹고 사는 일에 지장이 없는, 굳이 해서 머리 아픈 일들은 하는 이유는 “활자”를 읽고 생각하다 나란 사람이 정제되는 느낌을 받아서이기도 하다.


정제되어 불순물이 좀 털어지고 나면 되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그게 또 순한 마음이 되어 스스로와 세상을 바라보는 악의가 얼마간은 또 스르르 걷히기 때문이다.


그래, 타인의 의도를 저의로 바꾸어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보다 나의 마음과 생각의 순도를 높이는 일에 몰두 하는 일이 더 낫다. 그러니 죽고 사는 일이 아니면 가볍게 흘려보내는 마인드도 필요한 법.


다만, 스스로는 악의없이 악인이 되는 일이 없도록 세상과 사람을 잘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지. 해서 오늘은 좀 마니 걷고, 읽고 더! 써보는 토요일을 만들어야겠다고 숭고한 쓰는 행위를 해본다. 순해지는 거룩한 과정이다. 나란 인간,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일은 순도 백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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