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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렇다 Jan 08. 2024

집으로 가는 길

-돌아가고 싶을 때-

집이 싫을리가?

다만, 늦추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날이 오늘일 뿐.

고등학생 아이의 겨울방학은 시작되었고 아이의 낭만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더해질테고. 십대가 꿈꾸는 낭만과 자유를 멋지게 부풀려줄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엄마는 그 자유마저 박탈하려 들려한다.


이시가와현의 지진 소식이나 동유럽과 중동의 분쟁 소식들에서 ‘생의 지속‘의 감사함을 자각하면 ’행복‘에 대한 조건들이 보다 더 자명해져 ‘이대로도 충분하다.‘란 결론에 다다른다.  ‘아이’에 대한 소중함은 더할 수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엄마의 잔소리와 핀잔과 학업에 대한 압박을 아이로부터 멀찍이 떨어뜨려 놓는 것이 지금,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오늘 아침에도 난 분명히 갈구했었더랬다.

‘행복하고 싶다.’


오랜만에 탈주? 외출이다. 경제, 정치, 사회 기사나 블로그 글들만 읽어댄지 몇 달째? 근 일년이 넘어가는 것도 같다.

‘수익률과 별개로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라고 호언했지만, 과연 난 행복했는가? 장담할 수는 없는게 또 시간이고, 시간은 지나가버린다.


지난 주엔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금을 치루느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마이너스에 이른 알테오젠을 비롯한 국내주식 일부를 매도했더랬다. 한껏 기대를 모으던 일라이릴리도 약간의 수익으로 매도했더니 그날밤 신나게 오르고 말아, 결국 내 것으로 찜하지 못한 수익을 닭쫓던 개처럼 관망만 해야할 때.


허망함이 몰려올 수 밖에 없으니 지난주 금요일부터는 투자관련한 행위를 잠시 중단한 상태. 그제서야 내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찍는 일’은 단순히 셔터만 누르는 게 아니었구나. 내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게 사진을 찍는 일이란 것은 그간 내 사진첩에 새로운 사진이 업로드 되지 않은 이유란 것도 오랜만에 풍광 사진을 찍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정처없이 돌다가 신도시가 형성되느라 산 하나가 파헤쳐진 천변가의 카페에 들어왔다. 낮아진 기온만큼 하늘이 파래서인지 노을마저 선명한데 노을의 잔물결이 사그라드는 빛줄기에 퍼져가며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몇 그루 나무만이 남은, 신도시가 될 터에 앉아 고공행진한 아파트 가격으로 신도심의 전성기를 자랑했던, 앞으로는 구도심이 되어버릴, 콘크리트 동네를 바라본다.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한 사람이 떠나고 다른 사람들이 다가오고.

쇠락하던 곳에 새도시가 들어서고.

신도시는 구도심이 되어가고.


어리던 나는, 어느새 늙어가고.

오직 이 세상에 변치 않는 명제가 하나 있다면

시간은 흐른다는 것일텐데...

시간의 영속성에 속지마라.

영원할 것같지만 인간의 생은 순간일 뿐.


찰나를 깨달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바람은,

’잘 살고싶다.‘

의지할 곳 없는 몸과 마음이 잘 사는 길은  스스로, 굳세게, 힘차게 나아가려 애쓰는 것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 잠 못자가며 공부하고 남들 놀때도 일하며 준비하지 못한 이는, 이제서야 잠을 줄여가며 남들 놀때도 공부를 하고 있다.


둔한 몸부림과 늦은 발버둥일지라도 그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내 노후와 아이들의 미래에게 더 줄 수 없게 되어버릴지 모른다.그리고 가끔 이런 일탈과 휴식도 누릴 수 있어야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잘 살고 싶은 욕망의 증명이니.


영원할 것처럼 느끼고, 순간인 것처럼 극대화하여 살면서 행복도 풍요도 누리고 싶다. 그런데, 난 건강하긴 할 수 있을까? 오래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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