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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나무숲 Feb 27. 2023

마음이 요동쳐야 글이 써진다

제목 그대로다.


마음이 요동쳐야 글이 써진다. 몇년 전에 친구와 함께 이병률 시인의 북토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찾아가는 길이 진짜 버거웠었다..생각보다 구석진 곳에 있었고, 가기로 한 밥집이 문을 닫아 결국엔 편의점에서 밥을 떼웠고, 겨우겨우 늦지 않게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몇년 전이라 사실 내용이 다 기억이 안나지만,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말이 있다. 인생이 서글퍼야 글을 쓸 수 있다는 말. 이병률 시인은 자신은 기뻤던 적이 없었고, 언제나 우울하고 어두웠기에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때 그 말을 듣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예술가는 우울할 수 밖에 없는 걸까.


그리고 이병률 시인의 말이 평화로운 주말,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 밤에 떠오른다. 회사에서 고통 받는 주중에는 글에 담을 일들이 너무 많다. 굳이 내가 글을 쓰려 노력하지 않아도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나 써줍쇼'하고 꼴값자랑을 하고 있으니까. 나한테 꼴값을 떨지 않아도 동료들에게 꼴값을 떨어대니, 브런치에는 비현실적인 꼴값들이 잘 담겨지는 것 같다.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진짜 지옥에서 벗어나야 하는 거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몸이 안 좋아 낸 휴가였지만, 지옥으로부터 잠깐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주말도 마찬가지. 속은 엉망진창이지만 물리적으로는 지옥에 있지 않아서 글이 잘 써지진 않는다.


예전에 은유 작가의 책 <쓰기의 말들>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별 거 아니라고 느낀 적이 있다. 글을 쓰는 게 쉽다는 것은 아니었다. 글쓰기가 특별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데, 사실 우리는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 SNS, 카톡, 문자. 짧지만 다 글이다. 모든 사람이 일상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글쓰기를 어렵게 느낀다. 생각한 걸 글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은 성가신 것이고, 고심해야 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글쓰기에는 생각이 크게 담겨있진 않다. 그냥 써지는 대로 쓰는 것 뿐이다.


그리고 사람은 힘들 때 많은 생각을 한다. 그래서 힘들 때 글이 써지는 것 같다. 야밤에 이병률 시인의 말에 무릎을 탁 치게 된 것도, 내가 지금 힘들어서이다.


힘들다..


과거에도 이렇게 힘들때가 있었다. 약간의 우울증도 있었던 것 같다. '이대로 죽으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내가 너무 놀라웠다. 갑자기 사고로 죽는 거면 몰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생각하면 '얼마나 힘들었으면..'이었다.


그 때도 힘들었는데, 왜 그 때는 이렇게 기록을 하지 못했을까? 우선, 그럴 힘도 없었다.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냥 도망치고만 싶었고, 실제로 도망칠 탈출구가 있었다. 그래서 잠깐 도피를 했었다. 도피를 해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피처가 없다. 그래서 괴로워하는 이 시간을 그냥 흘러가게 두고 싶지 않아서 기록을 한다. 이 시간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 깨닫고 싶어서.


힘들다, 진짜.


요 며칠 불안하고 뒤숭숭해서 아침잠을 설친다. 그나마 다행인건 밤잠을 설치는 건 아니라는거. 아침에 뒤척인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채로 계속 뒤척인다.


몸은 힘든 게 다 끝나야 아프던데. 힘든 게 다 끝나고 한 번에 병이 찾아올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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