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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나무숲 Feb 28. 2023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인간이라서, 내가 인간이라서 한 실수는 이 지옥을 택한 것.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내가 인간이라서.


내가 아는 상사는 일의 중요도를 모른다.


아, 그에게도 중요도는 있다. 그의 상사가 찾는 것, 그게 중요한 것이다. 윗상사가 찾는 것, 그게 중요한 게 맞다. 문제는 윗상사도 일의 중요도를 모른다는 거다.


윗상사는 기분 내킬 때마다 어떤 일을 찾는다. 그러면 내가 아는 상사는 아랫 직원에게 어떤 일을 지시한다. 아랫 직원은 어떤 일을 해낸다. 윗상사의 기분 상태가 바뀌고, 어떤 일을 찾은 걸 까먹는다. 윗상사가 어떤 일을 안 찾으니, 내가 아는 상사도 어떤 일을 묵힌다. 계속 묵힌다.


그러다 윗상사가 기분이 나빠질 무렵, 다시 어떤 일을 찾는다. 내가 아는 상사를 혼낸다. 그럼 내가 아는 상사는 급하게 아랫 직원을 채근한다. 아랫 직원은 또 급하게 어떤 일을 해낸다. 일을 해내는 동안 윗 상사는 기분이 좋아져 어떤 일을 찾은 걸 까먹었다. 내가 아는 상사 또한 어떤 일을 처리해야 할 명분이 없어졌다. 묵힌다.


그러다 윗상사가 또 찾는다. (반복)


정신병 걸릴 것 같은가? 사실 아랫 직원은 정신병 걸리기 일보 직전이다. 아니다. 이미 걸렸다.


예상했겠지만, 아랫 직원이 바로 나다.


이런 챗바퀴 같은 나날들이 6개월째 반복되고 있다. 그렇게 반복했던 '어떤 일'에서 손 떼라고, 빠지라고, 몇 주 전에 통보를 받았다. 아까운 내 시간아.


그리고 챗바퀴 같은 나날들이 1개월째 반복되고 있다.


월요일마다 급하다고 찾아댔던 '어떤 일'을 해냈더니, 상사는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주 수요일에 직원 간담회 때 얘기나온 의견들을 수합하여 보고서를 완성하자고 했다.


상사는 데드라인을 명확히 해주지 않았다. 내가 최대한 빨리 해주길 원했었나 보다. 목요일에 간담회 때 있었던 의견을 전달 받았고, 나는 그것 말고 해야할 일이 많았기에, "지금 저런 일을 하고 있어서 어떤 일을 하지 못한다. 다음주에 하겠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하기 직전에 몸이 안 좋아 그 다음 날인 금요일에 휴가를 쓰겠다고 말했다.


분명, 그 때는 안 급했을 거다. 윗 상사가 안찾았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달랐지.


아침부터 윗 상사가 찾아댔고, 나에게 당장 일을 하라고 했으며, 일을 지시하면서 "이래서 내가 지난주 금요일 휴가를 승인할까 말까 했는데, 승인해줬다."라고 말을 했다. 음.. 그렇게 급하셨으면 목요일에 업무를 조정해주시고 '어떤 일'을 하라고 하시던가요? 휴가 승인해주신 거에 크게 감동받아야 하는 건가요? 그것도 보건휴가였는데.


실수한 거라고 믿고 싶다.




오늘은 비용 마감일이었다.

우리 회사는 비용을 처리하기 전 쓴 비용에 대해 품의를 받고, 시스템에 들어가서 완료된 품의 문서를 첨부하여 비용을 처리하도록 되어있다.


우리 팀원들은 비용 마감일에 닥쳐서 비용 처리를 한다. 팀원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리더가 게을러서다. 결재를 안해주니까, 못하는 거다.


오늘도 역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늦은 오후가 되어도 품의는 완료되지 않았다. 우리 팀원들은 이제 꼼수가 생겼다. 시스템에 품의를 첨부하지 않고, 기획서를 첨부하는 것이다. 기획서에도 비용이 적혀있으니 무방한 것이다. 그래서 사실, 비용은 다 처리가 되어 있었다.


리더는 큰 걸 보지 못하고, 작은 것에 집착한다. '어떤 운영비(A, B, C)'라는 것이 있다면, 괄호와 그 안에 들어있는 말들이 빠져있다는 이유로 품의를 반려한다. 똑같은 말을 두 번 쓰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리더는 한 팀원을 불러 위와 같은 이유로 반려를 했다. 다시 수정을 하라고 요청했다. 그 팀원은 리더의 말은 어느 정도 수용하되, 적절한 표현으로 이른 오후에 품의를 올렸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고, 퇴근 시간이 지났을 무렵. 리더는 팀원에게 연락을 했다. 수정해서 다시 올리라고. 팀원은 퇴근해서 못올린다고 했다. 팀장은 그 대화를 그대로 캡쳐해서 팀원 전체가 있는 방에 송부했다.


비용 처리 담당자인 팀원이 오늘까지 품의 완료를 해달라는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난 퇴근 시간이 지나도 결재하려고 했는데, 얘가 퇴근해서 못했어. 뿌'


어쩌나.. 팀원들은 어차피 비용 처리를 다 했는데..


이 내용을 사실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전달받았다.

퇴근하면 메신저 알람을 바로 끄기 때문이다.


실수이길,

내가 확인했을 때에는 그 메시지를 보내고 몇 시간이 흐른 뒤니까 메시지가 삭제되어 있길 간절히 바랬으나, 당당했나보다. 메시지는 그대로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근데 넌..

너무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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