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bsori Feb 22. 2023

부서진 수레 바퀴 위의 황금 마차

미쳐가는 사람들

사람들은 황금 마차 같은 삶을 꿈 꾼다. 번쩍번쩍, 번지르르한 건 좋은 거니까. 그런 삶을 꿈 꾼다는 건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야망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 야망을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갈아서 만드는 건 옳지 않다. 그게 야망인가? 희생인 거지. 그것도 자신의 숭고한 희생이 아닌 남의 피땀눈물로 일구어진 희생.




업무를 막 시작한 오전 시간이었다. 소수의 동료로 구성된 단체 메신저방에 사진이 올라왔다.


(출처 : 구글, 가공 : 밝힐 수 없음)


자기계발도 열심이고, 평소에 고민도 많이 하는 이 동료는 내가 있는 지옥에서 흔치 않은 자수성장(?)러다. 이 지옥에서 성장의 욕구를 가지고 오래 버티다니 정말 리스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됐든, 이 동료가 이 사진을 보냈을 때 난 단번에 사진의 의미를 이해하진 못했다. 사진을 편집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위는 번지르르한 마차고, 아래는 쓰러져 가는 (조선시대 때 만든듯한) 수레였다.


머릿 속이 물음표로만 가득해져 갈 때 동료는 '이렇게 되어가는 조직의 상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렇다. 이 지옥 같은 지옥을 통찰한 작품이었다!


리더들은 비까뻔쩍한 마차를 원하는 데, 현실은 쓰러져가는 수레다. 아니다, 현실이 아니라 우리 같은 아랫 사람들이 갈려서 지쳐 쓰러져 가고 있다. 기초가 튼튼해야 하건만, 기초 공사는 하지 않고 겉만 번지르르한 걸로 쌓아가려고 하니 잘 되어 갈 수 있나.. 게다가 그 번지르르한 것도 인건비는 아끼려하는 가성비충들인데, 잘 될리가 있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심해져가고, 사람들은 미쳐간다. 나 같이 조직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이미 조용한 퇴사 모드로 전환했고, 더 나아가 살 길을 마련하고 있다. 황금 마차를 꿈꾸는 사람들은 상식을 잃어간다.


기분에 따라 자신이 했던 말을 이리저리 바꾼다. 과거에 자신이 지시한 것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처리했냐는 둥, 사수가 업무를 봐줬냐는 둥.


꼴에 정치질도 한다. 자신의 눈에 든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려는 꼴사나운 짓도 한다.


강약약강인 사람도 있다. 소수의 아랫 직원 담당 일진인건지, 자기가 전화를 먼저 끊었으면서 다시 전화를 해대서 '상사가 얘기하는데 왜 먼저 전화를 끊냐'면서, '전화 예절을 어디서 배워먹었냐'고도 한다.


이렇게 적어보니 내가 소규모의 가족 경영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그러면 이해라도 하겠다.




오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이직한 지 얼마 안 된 친구였는데, 나와 비슷한 시기, 그러니까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그 친구가 그랬다. 여차하면 또 이직하면 되고, 지금은 그냥 나아가는 단계인것 같다고. 맞다. 지금 나는 힘들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이 경험들로 인해 미래의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겠지.


또 이 친구는 말했다. 좋은 곳을 버리고 지금의 회사를 선택한 게 좀 슬프지만, 그것도 자신의 선택이니까 어쩔 수 없다면서. 맞다. 내가 잘못된 선택.. 그지 같은 선택을 했는데.. 어찌하리오, 이 또한 나의 선택인 것을. 정말 후회되는 선택이지만, 이 쓴 맛을 기억하고 미래에는 조금 더 단 선택을 해야지.


하지만,

과거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스테이.."



매거진의 이전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 불안돈목(佛眼豚目)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