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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오토바이 타볼까?

호치민 오토바이 이야기 1

베트남에서 걸어 다니는 것은 외국인, 개뿐!


베트남, 호치민 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은 오토바이다. 남자든 여자든 탈 줄만 안다면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것을 정말 추천한다.


호치민에는 아직까지도 전철이 공사 중이고,

뜨거운 날씨로 인해 5분 거리를 걸어도 땀으로 샤워를 하게 된다.

(나는 한국에서 더위 안타는 체질이었음에도, 건기 때 밖에 나가기만 하면 땀을 한 바가지로 흘린다.)

시내 중심가에 그렇게 많은 택시, 그랩도 외진 곳이나 늦은 시간에는 잡기 힘들 때가 많아 이동의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외국인이라는 것이 눈에 아주 잘 띄기 때문에 알리바바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사람들로 붐비는 부이비엔. 뚜벅이 시절에는 이 길 걸어 다니는 게 지옥 같아 오기 싫어했다


무엇보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느끼는 호치민은 또 다르다.

Grab, Go-Viet 등의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는 것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베트남 사람들처럼 오토바이로 데이트하고,

오토바이에서 먹고 마시고.

큰 길이든 골목길이든 길을 잃어도 다시 오토바이로 되돌아가면 되니까 더운 날씨에서 짜증 날 일이 없다.


S의 큰 그림 : 오토바이 탈 거야!

(아마도) S는 호치민에 이사 올 때부터 오토바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다.


>1년 동안은 택시/그랩 타고 다니며 이 곳의 교통을 파악

>베트남 운전면허 교환

>렌트 오토바이로 실전 감각 다지기 (오토바이 수리도 해보고, 교통공안한테 잡혀도 보고, 등등)

>렌트 오토바이로 나 운전 연습시키기

>오토바이 구매


사실 베트남 면허가 생긴 시점에서, 오토바이를 바로 사려고 했었다.

그런데 중고로 살지, 새 것으로 살지 고민이 됐었고,

또 한편으로 과연 호치민에서 우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망설임이 살짝 있었기에, 일단은 렌트로 타면서 조금 더 고민을 해보기로 했었다.


똥차(=렌트 오토바이)와의 추억 : 생명의 위협을 느끼다

S는 학생 때나 지금이나 탈 것과 스피드狂이고,

한국에서는 슈퍼바이크 타려고  2종소형 면허까지 취득한 사람이다.


정말로 탈 것에 대한 재능이 탁월한 양반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토바이를 잘 타는 사람도 똥차로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1) 한밤중, 좌회전하려고 잠시 정차 중이던 우리 똥차를 못 보고 뒤꽁무니 박음

> 오래된 모델이라 라이트가 너무 약했음 > 어쨌든 교통사고였기 때문에 S는 후유증이 살짝...

2) 앞바퀴 들림 현상

3) 주행 중 앞바퀴, 뒷바퀴 한 번씩 펑크

4) 가속, 감속 부드럽지 않고 특히 조금이라도 속도 올리면 오토바이가 너무나 불안불안

5) 건장한 성인(한국인) 두 명이 타기에는 너무 작음

짧지만 추억이 담긴 똥차와의 마지막 날


게다가 오토바이 경력이 오래된 S의 친구 왈, 스쿠터는 중고로 타는 게 아니라며,

특히 렌트는 주인이 몇 차례 바뀌는 동안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모르고,

부품 어디 하나 빠져 있어서 달리다가 갑자기 바퀴 빠지고 뭐 빠지고 사고 날지 모른다며

무조건 새 오토바이 사는 것을 권장했다.


오토바이 펑크로 길에서 급하게 수리하는 상황을 겪고 난 후, 진짜 어디 부품 하나 빠져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렌트 기간이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안전을 위해 새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잘 나가는 새 오토바이 : 시선집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똥차의 가장 큰 장점은, 얼굴만 잘 가리면 외국인인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헬멧, 마스크, 그리고 현지인스러운 햇빛을 가리기 위한 겉옷까지 장착하면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었다.



TMI

 베트남은 뒷돈이 난무한 곳이기 때문에, 교통공안(경찰)이 외국인을 일부러 잡아 억지 상황을 만든 뒤 뒷돈을 요구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가장 흔히 당하는 수법은 공안이 오토바이 잡아 세우면서 라이트를 쥐도 새도 모르게 끈 다음 "너 라이트 끄고 달렸어. 벌금 000000동 " 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공안이 서 있는 구간에서는 마스크를 꼭 쓰고 베트남 사람인척 위장한다.



그래서 간혹 늦은 시간 똥차 타고 들어올 때,

다른 아파트 단지 구경하러 갔을 때,

우리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바오베들이 있었다.(불량스럽게 돌아다니는 애들일까 봐...)


그 정도로 외국인 아닌 척 다닐 수 있었던 똥차였다.


우리 똥차의 구식 계기판. 기름도 하루 한 번 만땅 채워야 했다.

하지만 새 오토바이로 바꾼 뒤에는 어딜 가나 시선집중이 되어버렸다.

안전을 위해 차체가 큰 모델로 고르다 보니,

오토바이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진다.

(이제 어두운 곳에서 뒤꽁무니 박치기당하는 일은 없을 거 같다!)


그래도 크고 좋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니,

마치 한국에서 외제차 앞에는 끼어들기 안 하고 멀리 떨어져 가는 현상과 같은...

우리의 오토바이도 그런 취급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똥차든 새 차든, 우리가 이 도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 이후 달라진 점은

이곳 사람들에게 "너네 사이공 사는 사람인 거 인정"이라는 느낌을 더 확실히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과 정신건강에 최고: 오토바이 심야 드라이브

새 오토바이가 생기고 나서, S가 어학당 끝나는 시간에 맞춰 픽업하러 오는 날이 생겼다는 것이 좋다.

밤마다 호치민 이곳저곳을 드라이브하는 재미도 배로 늘어나고, 기계의 안전성도 높아지니 드라이브 후 피로도도 낮아졌다.



여담+ 

오토바이가 없다면 한밤중에 외진 거리 걸어 다니는 일이 굉장히 위험했을 텐데,

오토바이가 있으니 무서우면 재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

어느 날은 조금 멀리까지 나가고 싶어서 이온몰까지 갔었는데,

네비 따라 다시 나오는 길에 사람, 오토바이 하나 없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가득해서 둘 다 아무 말 없이 재빠르게 빠져나왔던 일도 있었다.



우리가 자주 다니는 드라이브 코스

강 따라 달리는 Trường Sa - Hoàng Sa 길이다.

심야 드라이브 추천 코스, 강 옆이라 진짜 시원하다(바람막이 없으면 춥기도 함)


강 따라 공원 길이 예쁘게 되어 있어서,

운동하는 어르신들도 있고,

벤치에서 진한 애정행각을 보이는 커플도 있고,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 펴고 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S와 나도 요즘에는 간단한 먹거리 싸가서 드라이브하다가 배고프면 먹고, 또 드라이브하고....

강가 맞은편에는 베트남식 포차, 식당, 카페가 길 따라 자리 잡고 있다

한 마디로, 호치민은 사계절 내내 한강 치맥을 할 수 있는 날씨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게다가 1년 365일 뻥 뚫린 오픈카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할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뿐만 아니라, S 뒤에서 내가 백허그하고 드라이브하면 화났던 마음이 싹 가라앉고, 애정만 넘친다.

베트남 젊은 커플들이 왜 그렇게들 오토바이 위에서 데이트하는지 쏙쏙 이해가 되고 있다.


오토바이는 정말 필수다. 

오토바이 타고 데이트 데이트!



참고로, 당분간 나는 계속해서 뒷자리 신세다. 새 오토바이에 흠집 날까 봐 운전대 주기 싫은 S의 마음 100% 이해하고, 어차피 이 오토바이는 나한테 너무 무겁고 높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다리가 땅에 잘 안 닿ㄴ..........

하지만 스로틀을 당겼을 때 똥차와는 다른 이 느낌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오토바이 운전 노려본다. 

(기왕이면 내 아담한 키에 맞는 베스파로 ^^)



★드라이브 코스로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을까요?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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