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오토바이 이야기 2
외국인이 오토바이를 소유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글쓰기에 앞서...
베트남은 지역/도시마다 적용되는 법이 다른 경우가 많으니,
나는 베트남 호치민시티에서의 사례라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이번에 오토바이를 사는 과정을 겪어봄으로써,
베트남에서 감사한 인연도 생기고, 사이공 현지인으로서의 삶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듯하다.
내가 알게 된 <외국인이 호치민시티에서 새 오토바이를 소유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제3자에게 부탁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 : 거주증 혹은 워크퍼밋 필요
우리는 오토바이 실물과 가격을 체크하러 집 근처 브랜드 공식 매장을 방문했다.
영어가 가능한 직원은 부재인 상태, 나의 베트남어 어휘력은 부족한 상태라
어렵게 어렵게 우리가 원하던 오토바이의 실물을 확인하고, 구매 단계에 들어가게 됐다.
여기서, 외국인인 우리가 오토바이를 살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알게 됐다.
첫 번째로, 거주증/데땀주(Residence Card) or 노동허가서(Work Permit)가 있는 외국인은 본인의 명의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호치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그에 합당한 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복잡하지 않고 굉장히 쉽다.
단, 외국인 명의의 차량은 외국인 번호판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 말인 즉, 외국인 번호판은 '~NN'이 붙기 때문에 교통공안, 알리바바 등의 표적이 되기 쉽다.
교통공안의 표적이 되면 안 좋은 이유는 이 전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잘못 없이 붙잡혀서 공안 뒷주머니 용돈 채워드리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도 공안=알리바바라고 할 정도다)
그래도 우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붙잡히면 바로 공손~히 남들 몰래 돈 드리기만 하면 아무 일 없이 보내준다.
하지만, 길에서 베트남 사람들 잡힌 거 보면 주머니고 신발이고..... 무섭게 센탈(?) 털린다.
이런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내 명의로 된 오토바이를 타야 할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2. 제3자에게 부탁하는 방법 : 베트남인 인맥이 필요
우리가 고민을 하니, 직원 언니가 두 번째 방법을 바로 얘기해줬다.
"거주증, 워크퍼밋 없으면 못 사~. 대신 베트남 친구 데려오면 살 수 있어"
호치민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외국인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베트남 국적을 가진 친한 친구나 부하직원과 손잡고 가서, 그의 명의로 구매하는 것이다.
직원 언니에게는 다시 온다고 하고,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오토바이 명의를 빌려 줄만큼 우리랑 친하고 가까운 베트남 친구가 누가 있을지.
(부끄럽지만, 이때 S와 나는 반성을 하게 됐다. 여기서 머무는 1년 동안 이런 일 부탁할 정도로 깊은 베트남 친구 하나 만들지 못했다고... 쓸 때 없이 유러피안 인맥만 늘고..... 베트남 인맥은 아직 다 얕은 사이...)
고민 끝에 두 명의 후보를 찾았다.
후보1- 집주인 아저씨 : 1년 넘게 월세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편 (영어를 잘하는 대학생 딸이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개입 없이 직접 모든 일을 소통하면서 대학생 딸과 나랑은 꽤~ 친한 사이(?))
후보2- 렌트 업체 친구: S가 참 마음에 들어하는 친구. 만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이 친구의 태도가 진실성 있고 믿음이 감. 이 날 S가 우연히 같은 펍에서 만나 가지고 오토바이 구매에 대한 고민 얘기했는데, 이 친구가 먼저 "네가 나를 얼마큼 믿는지 모르겠지만, 명의 빌려 줄 사람이 없으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음 날, 나는 베트남어로 장문의 편지를 써서 집주인 딸에게 보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집주인 분들은 우리의 처지와 마음을 100% 이해해 주셨고,
정말 흔쾌히 오토바이 구매를 도와주셨다. 오토바이 구매의 A부터 Z까지 말이다.
3. 아는 베트남 사람이 없어도 오토바이 구매할 수 있다던데....?
들은 얘기로는, 베트남 국적을 가진 지인이 없어도 오토바이를 구매 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매장 직원한테 친한 베트남 사람 없다고 계속 부탁하면서 돈도 살짝 찔러주고 하면 그 직원이 자기 명의 빌려준다고...
오토바이 구매 시, 어떤 방법이 좋고 나쁜지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다른 일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잘 알지도 못하는 베트남 사람의 명의로 비싼 물건을 덜컥 사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떤 한국인의 하소연 글을 읽었었는데,
호치민에서 친한 친구라 생각했던 베트남인 명의로 오토바이를 구매했었고
시간이 흘러 귀국할 때가 되어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오토바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중고로 팔지 못하게 하면서
자기한테 오토바이를 주고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단 돈 0원에 말이다!!
4. 마지막 단계까지 확실하게 : 책임 이전에 관한 약정서
정말 감사한 집주인 덕분에 새 오토바이를 드디어 손에 넣었다!
집주인 아저씨는 사이공 현지인이자+오토바이 오랜 경력자로서
오토바이 관련 우리에게 도움되는 조언을 해 주셨다.
그리고 죄송할 정도로 오토바이 등록에 관한 모든 서류 업무를 기꺼이 전~부 직접 해 주셨다...
그래서 어떤 공공기관 가서 어떻게 등록하고 번호판 받아오는지는 모른다...
S와 나는 그저 매장에서 고르고, 돈만 내고, 번호판 나오는 날 시간 맞춰 약속된 장소에 간 것뿐...
새 번호판 달고 며칠 후, 집주인 딸이 서류 줄게 있다며 잠깐 만나자고 했다.
그녀가 준 것은 옛날 주민등록증처럼 코팅 한 파란색 오토바이 등록증[블루카드/Chứng Nhận Đăng Ký Xe môtô, Xe máy / Motorbike Registration Certificate]과 한 장의 약정서였다.
내용이 무엇인고 했더니 "오토바이 등록증은 바뀌는 내용 없이 계속 오토바이의 명의는 우리 아빠 이름이고, 주소도 우리 주소고, 오토바이는 이거고... 이러이러한 데, 오늘 XXXX년 X월 X일부터는 우리 아빠가 이 오토바이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약정서를 써서 이제 오토바이가 너희 자산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거야."
처음에 집주인 아저씨와 오토바이 구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우리는 아저씨가 추후에 오토바이 등록증에 있는 명의자 이름을 S의 이름으로 바꾸어 준다는 걸로 이해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명의이전을 생각하면 당연히 오토바이 관련 서류에 S 이름이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름 변경 없이 집주인 아저씨 이름으로 계속 타야 한다니?
이게 무슨 뚱딴지인가 싶었다.
나는 계속 '블루카드 이름(owner's name)이 바뀌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질문을 했지만,
그녀는 내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계속 다른 이야기만 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답장을 받은 뒤,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이 맞는 개념인지 법적으로 따로 확인하지 않았지만)
베트남 사회 이념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블루카드 변경 없이 서류 한 장만으로 왜 내 것이 될 수 있는지 납득된다.
공산주의/사회주의에서는 사유재산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한국처럼 소유자의 이름을 이전하여, 새로운 소유자가 누구냐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더 이상 내 재산이 아니라는 증명, 권리에 대한 포기’를 하는 것이 중요,
즉, A 이름으로 되어 있어도 A가 재산에 대한 책임을 포기한다는 언급만으로도 권리 이전이 가능하나 보다. 나라의 기본 이념과 아이러니하게 현대에 와서 개인의 재산 취득을 인정하기 위한 고도의 수단이랄까?
※법률적 사실 확인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이해한 것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여기서 바이크 타고 다니는 한국분께 들은 얘기로는 베트남인 명의로 구매 후 외국인 명의로 변경 시, 번호판도 외국인 번호판으로 바뀐다고 한다. (만약 베트남 번호판 그대로 유지되는 거라면, 외국인들이 전부 다 명의를 바꿔서 타지 않겠냐는..)
인품 좋은 집주인 아저씨를 잠시나마 의심한 게 죄송했다.
우리가 추론한 내용이 맞든 틀리든, 그동안 우리가 보아 온 아저씨의 인품을 생각하면 외국인인 우리가 이 땅에서 안전하게 소유할 수 있게 최선으로 도와주신 건데 말이다.
마무리하자면, 마지막 단계에서 약정서를 나누어 쓰고 안 쓰고는 당사자의 자유다. 집주인 딸도 약정서를 쓰지 않는 경우를 언급했으니 말이다. 다만 혹시 모를 뒤통수가 두렵다면, 명의를 빌려준 사람과 책임 이전에 관한 약정서를 꼭 챙기시 길 바란다.
★교통공안 뒷돈은 얼마?
이 글을 쓰고 있던 바로 어제!
7군 도로에서 교통공안한테 잡혀 200만동을 뜯겼다는 분의 글을 보았다.
우리의 경험상, 교통공안에게 잡히면 쫄지 말고 바~로 면허증과 함께 20만동~30만동 정도의 뒷돈을 살짝 찔러주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신상정보 적는 것도 없이) 바로 보내주었다....!
아래 자료 참고하여, 혹시 모를 언더머니 추가로 챙겨 다니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