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었나?
삼 일 전이었다 찌는듯한 열대야 무더위도 식힐 겸 잠시 현관문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미아아옹
뭐지? 밤마다 시끄럽게 싸우며 우리의 귀를 괴롭히던 그 성체의 소리가 아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슬금슬금 어둠만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가만.. 눈을 지그시 감고 보니 집 앞에 주차시켜 놓은 내차 밑으로 정말 쪼그마한 고양이가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고 있었다. 예전에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있고, 동물을 좋아하던 나는 가만히 그 녀석을 쳐다봤다. 어미가 있겠지. 꼬맹이는 계속 미아아옹 거린다. 고양이는 원래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다고 하는데.. 자기중심적인 성향에 은근 도도한 존재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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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려 앉으니 글쎄 이 꼬맹이가 다가와서 발과 다리에 이마를 비빈다. 도대체 너.. 나를 언제 봤다고 이러는 거냐? 이렇게 빨리 마음을 열어도 되는 거니?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너, 배가 고프구나?”
내가 일어서니 서둘러 차량 밑으로 도망간다. 일단 집으로 돌아온 나는 뭐 먹일만한 게 없나 주방을 털었다. 남은 불고기 약간이랑 작은 천하장사 소시지 한 개를 챙기고는 다시 문을 나선다. 왠지 모를 뿌듯함, 설렘과 함께 어린 시절의 내가 된듯하다.
“녀석.. 너 많이 배가 고팠구나.”
아깽이는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다. 그래 많이 먹어. 엄마가 올지도 모르니 이건 여기다 놓고 난 빠질게. 사람 손을 타는 걸 보면 버릴지도 모르니 그럼 아깽아,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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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같은 일상의 시작... 3살 귀여운 딸내미를 며칠간은 내가 아침밥과 등원을 챙겨야 한다. 애기 엄마는 직업이 간호사라 3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이해하는 명제가 있다. 뽀로로는 위대하다. 그의 크나큰 은혜에 힘입어 무사히 식사와 기저귀 갈기, 그리고 옷 갈아입히기 미션을 마친 후 어린이집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유정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바로 집 앞이라 둘이는 걸어서 콩당콩당 도착,
"잘 부탁드립니다."
"네, 아빠에게 인사해야지?"
"수고하세요. 유정아 안녕.. 이따 엄마가 오실 거야 친구들과 재밌게 놀아!"
끝났다. 돌아오다 설마 하는 마음에 주차된 내 차량 밑을 쳐다봤다.
미아아아아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