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깽이의 전생(前生)이 궁금해졌다.
통통.. 통통..
유정이가 좋아하는 수박을 두드려 봤다. 수박을 살 땐 정말 고민이 많이 된다. 왜 요새는 삼각뿔 시식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속을 알수 없는 수박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작은 도박이다.
카트를 끌며 유정이가 고르는 과자를 수비하고, 반찬거리와 채소들을 골라야 하는데.. 난 지금 마트의 제일 구석 안쪽 애완동물 코너에서 고민 중이다. 아깽이의 사료를 사느냐, 마느냐.. 를 놓고 고민을 하는 게 아니다. 생후 12개월까지의 제품이 있고, 1살 이후의 제품이 있어서이다. 둘 다 세일 중인 가격표가 바로 고민이다.
계산대 앞으로 끌려간 카트 안에는 수박을 포함한 각종 생필품과 먹거리, 그리고 한구석엔 보라색 아깽이의 사료가 수줍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 잘하고 있는 거겠지?
미아아아아아옹
그렇다. 아깽이는 이젠 나를 보면 어디선가 튀어나온다. 신기하게도 첫날부터 그냥 다가와서 비벼대던 녀석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좋아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쪼끄만 밀당의 고수는 나 말고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나타나지 않는다. 설마 내가 만만해 보인 걸까?
처음 녀석을 만난 것은 집 앞에 주차시켜둔 내 차량 밑에서였다. 덕분에 4일가량 차를 못 탔었지. 혹시 다치거나 보금자리를 뺏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에서 그냥 양보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애마는 봉인되었다. 차량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출몰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풀려난 나의 애마는 며칠 동안의 울분과 서러움을 토하듯 첫 시동 후엔 몇 번 출렁거렸다. 많이 놀랐다. 고장난줄 알고...
"야옹아아~!! 야옹아아~~!! 야옹아아아아~~~~~!!!!"
유정이는 정말 고양이를 좋아했다. 단지 도도한 아깽이가 유정이를 안 받아줄 뿐..
훗.. 집에선 여왕처럼 받들리던 자신이 불러도 대답 없는 아깽이를 보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할까? 크크..
아깽이에게 사료와 물을 주며 같이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유정이가 나오기 전까지의 정해진 시간이지만.
신기한 이 아깽이는 언제 봤다고 내가 나오면 가는 데마다 따라다닌다. 너무 가까이에서 따라오니, 정말 밟힐까 봐 걸음이 부자연스러워진다. 빨랑 앉아라. 얼굴 비비게..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다,
생각했다.
"넌 전생에 무엇이었니? 난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인연은 인연이었겠지? 그렇겠지?
미아아아아옹!
길거리 고양이 먹이 문제로 캣맘이니, 캣 대디니, 먹이주기에 대한 찬반 논쟁이 컸었다는 기사를 읽었었다. 찬성쪽은 나와같은 이유이고, 반대쪽은 피해를 주장한다. 차량에 흠집이 난다느니.. 먹이가 부패해서 안좋다느니.. 길거리 고양이들이 더 많이 모인다느니.. 이해는 한다. 그러나 그냥 내 작은 의견하나를 적어보자면 우리에겐 불편이지만 그들에겐 생사의 문제라는점을 짚고싶다. 그들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또한 어떤 이는, 아니 나의 제일 가까운 주변인 사무실에 있는 양모 군마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책임질 수 없으면 먹이도 주지 말라"고... 언뜻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난 그게 안된다. 예전부터 운전 중에도 길고양이나 강아지들이 배고픈 모습을 보면 차를 돌려서라도 마트에서 참치캔을 사들고 달려가던 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둥지에서 떨어져 길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짹짹이도 사무실로 데려와 지렁이를 잡아 공급하기도 했었다.
사회문제니, 철학 문제는 난 잘 모른다. 그저 배고프고 불쌍한 생명에게 내가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선의를 베풀 따름이다.
오늘도 유정이는 야옹이를 애타게 찾는다. 언젠가 아깽이도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리라..
야옹아아!!!~~~~~~야옹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