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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다 Apr 30. 2020

어서오세요, 행복 납골당에!

죽어서도 해결되지 않는 거주 문제

행복 납골당 선발 우선 순위 안내

1. 살아 생전 신청하고자 하는 행복 납골당이 위치한 지역 3년 이상 거주

2. 살아 생전 보유 자산 2억원 이하(증빙 자료 직접 제출 요망)

3. 직계 가족 보유 자산 5억원 이하(증빙 자료 온라인 동의서로 제출 가능)

- 직계 가족의 범위는 온라인 사이트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본인만 신청 가능하며, 선발이 확정되어도 사망하신 이후 각 기관이 보유한 자리가 부족할 경우 선발 취소 되거나 대기가 필요할 수 있으니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정적인 거주 문제는 영영 풀 수 없는 매듭일까? 도시엔 집들이 가득하건만, 그 어디에도 내 집 하나 마련하기란 참 어렵다. 청년주택, 행복주택 사회 초년생들을 위해 많은 제도가 생기고 있음에도 모두가 자신의 몸 하나 편히 뉘일 집을 갖게 되는 세상은 아직 요원해보인다.


얼마 전 친구에게 말했다.

이젠 정말 죽을까?


그 친구는 올해 말, 내년 초 쯔음 행복 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나만의 공간,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라면 안정적인 내 집이 필요한 법. 사회 초년생이 안전, 위치, 집 컨디션을 모두 고려하여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구한다고 해도 그에 걸맞는 보증금과 월세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고로 현재는 쉐어하우스에 거주중이다. 각자의 공간은 있지만 공용 공간은 함께 사용한다. 큰 불편은 없다고 한다.


착실하게 세상에 발붙이고 살고있는 무주택자인 내 친구는 대답했다.

너 죽으면 납골당 안갈거야? 다달이 돈 나가잖아.


아차. 나이가 들면 스위스 블루하우스에 가서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려고 스위스적금까지 준비하려던 난데! 그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스위스로 갈 돈, 죽을 돈, 가족들이 스위스로 왔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돈, 장례비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달이 나갈 납골당 비용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어디 버리거나 뿌려주면 좋겠지만 남은 가족들 성격상 절대 그렇게 못할테니까 그에 대한 준비까지 생각했어야 했다. 나 죽고나서 내 뼛가루가 어찌되든 관심은 없지만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고 갈 순 없다. 행여 그 돈이 월 만원이라 할지라도 그렇다. 이렇게 생각이 짧아서야 원. 죽고 싶을 때 죽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무주택자인 친구는 덧붙였다.

행복 주택처럼 행복 납골당 같은거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러게. 죽어서까지 우리의 거주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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