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다 Feb 21. 2021

스프링 피크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봄에 자살률이 가장 높아 스프링 피크라는 말이 있다. 흔히들 봄 탄다는 말로 싱숭생숭한 마음을 대신하는걸 보면 봄에 뭔가가 있기는 한 모양이다.


일조량 내지는 여타 요인들이 인간의 몸에 다양하게 작용해 이런 현상이 발생하겠지만,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기운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 속 계속 품고 있었던 죽고싶은 욕망을 싹 틔울 수 있는 영양분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평생 지독하게 봄을 타온 나는 몸이 약해서 그런줄로만 알았는데 단순히 그 이유만은 아닌가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16년간 새겨진 새학기 증후군의 잔해일수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봄, 정초, 새학기. 시작은 항상 두렵다. 두렵고 지치고 불안하고. 묘하게 들뜬 분위기 탓인지 지구의 중력을 몇배로 느끼게 되는 시기기도 하다. 무언가를 시작해야만 할 압박감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이제 내 인생은 이제 여름 정도에 와있나. 가을쯤이면 더 좋을텐데 아직 갈길이 멀다.


아마 올해도 날씨가 좋으면 죽음을 찾아가고 싶어지는 날들이 계속 되겠지. 그럼에도 인생은 계속 될 것이고.


이번 봄 역시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죄책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