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잘 때마다 내 살을 만지는 버릇이 있다. 보통 왼쪽 팔뚝이다. 아마도 차갑고 푹신한 지방층의 느낌이 좋은가보다.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는 엄마의 많은 것을 좋아해 준다.
가끔은 잠결에 팔을 더듬다가 겨드랑이까지도 올라오는데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아이라도 내 잠을 깨울 정도로 살을 비비고 만지작거리면 나도 모르게 손을 잡는 등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악몽을 꾸면 더욱 살에 집착한다. 그날은 유난히도 움찔대며 온 팔을 쓰다듬으며 자더라. 그러고는 '엄마, 안아줘'라고 결국 내 품에 꼭 안겨 잠이 들었다. 토닥토닥 새근새근. 미동하지 않는 아이에 나도 겨우 다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오후 아이 아빠가 갑자기 '어제 꾼 악몽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며 꿈 이야기를 꺼냈다.
"뭔지 도저히 기억이 안 나네. 뭐더라 그 꿈은?"
이제 어른들 대화를 90% 정도 이해하는듯한 아이가 갑자기 껴들었다.
"나는 엄마 팔을 만지면서 자서 엄마 팔에 꿈이 다 들어갔어."
아, 내 팔의 용도는 꿈 저장소였구나. 어제 그리도 뒤척였던 건 무섭고 기분 나쁜 꿈을 슬쩍 내 팔뚝에 떠넘기려는 거였나 보다.
둘째가 태어난 이후 내 옆에서 자본 적이 없는 남편은 아이의 말이 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부러운 듯 말했다.
"아빠도 엄마 팔 만지면서 자야겠다. 아빠도 엄마 팔 좋아하는데."
이런 걸 동상이몽이라고 한다. 스킨십을 갈구하는 남편 속도 모르고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아빠는 꿈이 없어서?"
아직 서른 초반의 우리 남편은 졸지에 꿈도 없는 남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