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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힘 Jul 22. 2023

어느 교사의 죽음

그들이 분노하는 이유

왜 그들은 분노하는가.


그들은 참고 버티는 일의 달인이다.


그래도 선생인데 네가 참아야지.라는 말을 안 들어 본 교사가 있으랴.


그래도 학생인데, 내가 참아야지. 이런 말을 해보지 않은 교사가 어디 있으랴.


참고 버텼을 땐, 그래도 사회가 나의 고통을 알고 인정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선생님 고생 많으시죠, 감사합니다.라는 공치사를 들으며 그것을 삶의 보람으로 느끼던 때가 있었다.


학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선배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그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생각을 했던 이유는 내가 하는 일이 옳다고, 우리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교사들이 과도한 민원에 지쳐 교육을 포기할 때, 교사의 편이 되어준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너는 그래도 방학이 있지 않냐며, 그래도 안정적으로 월급을 벌 수 있지 않냐며, 배부른 투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말도 안 되는 민원으로 고통을 받아본 교사들은 안다.


나 또한 담임이었던 반에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해 매일매일 학부모들 전화받느라 시름했던 시기가 있었다.


수행평가를 한 등급 낮게 줬다고, 왜 열심히 준비한 우리 아이에게 최고 등급을 주지 않느냐며 항의 전화를 받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기에 그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말도 안 되는 항의인데, 대응할 방법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름하다 보면 결국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 취미였다. 그렇게 모은 사진들을 학생들이 졸업하거나, 다른 학년으로 진급하기 전에 앨범을 만들어주었다. 학생들에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많은 학급 행사를 계획하고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것 자체에서 즐거워했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맡은 반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여, 온갖 민원으로 괴로워하던 시기가 있었다. 다른 교사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신 부장 선생님 덕분에 그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해에 난 학생들을 찍어주던 카메라를 팔았다. 더 이상 학생들의 사진을 찍어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해에 받았던 편지에, 아직도 기억나는 문구가 있었다. "선생님 저희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죄송해요."라는 말. 너희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잘못한 사람 때문에 너희가 내 눈치를 봐야 하니. 교직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날 울린 문구였다. 너희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내가 너희를 내 눈치를 보게 만들었구나.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싶다. 부디 선생님들을 보호해 주세요. 정말 그들은 착한 사람들입니다. 큰돈을 벌기 위해, 유명해지기 위해 교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온갖 오욕을 견디며 생활하는 선생님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선생님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습니다. 부디 그들이 일부 악성 민원인들에게 시달리지 않도록, 대부분의 선량한 학부모님들이 선생님들을 지켜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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