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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힘 Jul 20. 2023

서버 오류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호기심은 간혹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복제 방지를 위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놓은 프로그램이 있다. 이를 위해 NAS에 MariaDB를 올려 사용 중이다. 요즘 장마로 인해 폭우가 자주 내려 혹시라도 전기에 문제가 생겨 정전이 되면 서버 전원이 내려가 아예 접속이 안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 싶어 UPS를 하나 구입했다. 30분 정도 버틸 수 있는 용량이지만 이 정도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주문한 UPS는 하루 만에 도착했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이 적은 새벽에 설치하는 게 당연하다. UPS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서버의 전원을 차단하고, 다시 전원을 UPS에 물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략 10~15분 정도 걸리는 짧은 일이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문제는 내가 새로운 전자제품을 보면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 죽을 것 같은 병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설마 별일이야 있겠냐고 자기 합리화를 한 다음, 과감하게 서버 전원을 내리고 UPS를 연결했다. 신속하게 작업한 끝에 작업은 5분 만에 끝났고 서버는 아무 이상 없이 연결되었다. 아마 그 5분 동안 누군가 프로그램을 실행했더라도 잠깐 안되고 다시 정상적으로 동작했으리라. 여기까지는 내 생각대로 완벽하게 진행이 되었다.


사고는 내가 마음을 완전히 놓았을 때 발생했다. 전부 다 설치를 한 다음, 선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다가 그만 청소기로 서버를 때려 서버가 떨어져 버렸다. 그때 아마 내 심장도 같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잠시 정적 뒤에 서버 컴퓨터는 삐삐 거리며 에러음을 내기 시작했고,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확인해 보니 2번 하드디스크가 충돌한 상태였다. 데이터베이스는 당연히 에러가 발생했다. 이러면 프로그램 실행이 안될 텐데?라는 의구심이 들자마자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후 두 시간은 정말 온몸의 피가 발바닥 밑으로 흘러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손으로는 전화를 받으며 하드디스크를 구하기 위해 컴퓨터 가게로 차를 몰았고, 달라는 대로 하드디스크를 두 개(한 개로는 부족할 수도 있으니까) 사서 다시 돌아오기까지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렸다. 부랴부랴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서버를 복구했다. 복구 버튼을 누르기 전에 세상 온갖 신에게 다 기도를 했던 것 같다. 제발, 아무 문제 없이 복구가 되기를. 다행히도 복구를 눌렀을 때, 다시 데이터베이스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프로그램도 이상 없이 실행되는 것을 확인하며, 그제야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대략 3시 즈음이었고, 나는 어제 자던 옷 그대로를 입고 세수조차 못한 채 뛰어다녔으며, 점심도 안 먹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래도 해결이 됐다는 안도감에 의자에 앉아 한 시간 정도 멍하니 있었다.


이번 일로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첫 번째는, 잘 굴러가는 서버는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는 것. 어떤 오류가 발생할지 모르니까. 두 번째는, 잘 굴러가고 있을 때 사고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두 개 사온 하드 중 하나는 잘 보관해 놓았다. 혹시라도 이상이 생겼을 때 바로 교체할 수 있도록. 세 번째는, 사고가 발생했을 땐 미리 계획을 세운대로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


사고가 터진 후 하루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마음속에 남아있다. 지금은 다시 잘 굴러가고 있는 서버를 보며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기 마련이다. 최대한 잘못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잘못되었을 때 다시 원상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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