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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힘 Dec 08. 2023

플랫폼 노동자로 산다는 건

말이 프리랜서지..

벌써 12월이다. 금주는 이제 100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몸무게는 10kg 가까이 빠졌다. 이제 콜레스테롤 수치만 정상으로 나오면 올 한 해는 좋은 기분으로 졸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사업적으로 어려운 고민들이 많이 늘어 글을 쓸 여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한 번 고민이 생기면 그 고민이 해결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크몽에서 일을 하면서 매주마다 광고를 넣고 있다. 보통 배민 같은 앱들을 보면 광고를 넣은 업체를 먼저 보여주고 광고를 넣지 않은 업체는 나중으로 보여주는데 크몽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주로 주당 9만 9천 원짜리 광고를 넣었었다. 11월부터 노출이 많이 감소한 듯해 보여 내 카테고리를 보니 예전과 달리 주당 40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광고를 넣은 업체가 꽤 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일당 2만 원 한도까지 꽉꽉 채우는 CPC 광고가 과연 효과가 있나 싶을 때에 카테고리의 1페이지를 무조건 보장하는 프리미엄 광고는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주당 40만 원이 넘는 광고를 주마다 넣으면 월에 거의 200에 육박하는 돈이 사라지게 된다. 광고를 넣어서 주마다 40만 원어치 이상의 주문이 들어온다면야 괜찮겠지만. 그것도 내가 일해서 번 돈이니 소득이 는다 해도 배 아플 것 같은 느낌이다.


일단은 한 주만 테스트해 보기로 하고 지금까지 거래하며 쌓아둔 마일리지를 다 털어 넣었다. 크몽은 거래가 완료되면 수입의 3프로를 광고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적립해 준다. 지금까지는 그 마일리지로 광고 비용을 충당했지만 내년부터는 1프로로 줄인다고 한다. 아마 내년부터는 광고 비용도 꽤 큰 부담이 될 듯 싶다.


한 주 테스트를 해 봤는데 확실히 문의를 주는 사람은 늘었다. 그렇다고 실제 소득이 크게 는 것 같지는 않다. 문의가 늘기는 늘었는데 주문 체결까지 간 케이스는 그다지 많지 않아서 이전과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다음 주는 광고 없이 한 주 버텨보고 생각해 봐야겠다.


프리랜서를 하면서 처음에는 내 소득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다. 월마다 정산되는 금액이 내 생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교사 시절의 몇 배를 벌면서 이러다 부자가 되는 것 아닌가라는 착각도 했다. 그러나 점점 현실적인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카테고리 내의 경쟁자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다른 경쟁자들 리뷰 수와 거래 수를 체크해 보며 내 거래수의 증가폭과 비교하는데 꽤나 위협을 느낄만한 숫자로 증가하고 있다. 광고로 나가는 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크몽 거래 수수료는 20프로로 거래가 완료되면 80은 내가 크몽이 20을 가져간다. 물론 그 80도 당장은 80이지만 이중에 10은 부가세로 나라에 바쳐야 할 돈이다. 그리고 남은 70은 내년에 종합소득세로 한 20프로는 나라에 바쳐야 할 것이다.


문득 예전 국어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읽던 소설 속의 소작농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 뼈 빠지게 농사지으면 지대 절반 세금 절반 기타 등등 절반으로 다 뜯기고 나서 보리로 연명하던 조상님들이 생각난다. 그래도 난 굶지는 않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겠지.


트위치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한다. 난 스트리머는 아니지만 같은 플랫폼 종사자로서, 그들의 고민에 연민을 보냈다. 내 플랫폼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져 버리면 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고민이 너무 많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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