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Feb 27. 2023

어쩌다, 시낭송 050

미안해요 엄마

I    아직 멀었나 봅니다 효도의 길은  


엄마와 싸웠다.

어찌 엄마와 이토록 잔인하게 다툴 수 있단 말인가.

좀 더 친절하게 말하면 무수히 작고 자잘한 언어로 상처를 주고받았다.

어떻게 엄마의 가치관까지 사랑할 수 있겠어요?

엄마의 존재자체를 사랑한 거지.

엄마와 맞잡은 손을 놓치는 순간이다.

그 여운은 너무 길어지고 늘어지고 다시 피어오르고 여전히 증발되지 않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자해하는 것과 같아.

오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촘촘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그것은 상대를 감싸는 비단이 아닌 비난의 그물이 되어 덮치더라.

그것의 올이 구석구석 맞물려 얽혀가다가 역순으로 풀어내는 순서마저 잊어버리는 순간 날카로운 것으로 절개하지 않으면 헤어나지 못하는 순간이 오더군.

그때에는 나의 이성은 괴성으로 바뀌고 나의 감성은 감을 잃어버리고 우주를 떠돌다가 딱딱한 감자가 되어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지.

정신을 차릴 때쯤이면 이미 서로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져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네.

용서해요

저/의/생/각/이/짧았어요




II    내가 부끄러워지는 날을 박제해 두자


사무실 월세를 올려달라는 건물주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고함을 지른다.

이미 지난밤부터 홀로 연습한 연극배우처럼 모놀로그처럼 열연하고 있다.

왜 인상을 해야는지를 인상을 쓰면서 또박또박 대사를 전달한다.

그의 이마 가운데에는 내 천이 도드라지게 보였는데 곧 물이 흐를 듯 출렁거린다.

범람하는 천을 온몸으로 막지 않으면 이 동네가 잠길 듯해서 양말을 벗어 입에 물렸다.

마시멜로 같은 나의 오른쪽 양말이 조금씩 녹아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가 돌아간 뒤 현관문을 벽으로 만들고 천장에 새로운 현관문을 만들었다.

내일부터는 가볍게 하늘로 날아서 출근을 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 겨드랑이가 가려워진다.




III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https://youtube.com/watch?v=RkCXr7cDaBo&feature=shares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_심순덕

이전 09화 어쩌다, 시낭송 04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