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스쿨 [쓰는 교사 가을 시즌, 경험 공유회] 후기
2023년 가을에도 인디스쿨의 쓰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쓰는 교사] 가을 시즌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난 11월 9일 늦은 저녁, 쓰는 교사 가을 시즌 참가자와 이 프로그램에 관심있는 서른 분을 모시고 각 클럽의 완주자의 쓰는 생활 경험을 들어보았는데요, 교단일기클럽, 탐구클럽, 초온콘 각 클럽 참여자들은 어떤 경험을 하시고 어떤 의미를 건져 가셨는지 초온콘 매니저 차차차D와 함께 세 분의 완주자 선생님을 만나볼까요?
차차차D: 쓰는 교사로 열심히 한달간 쓰는 생활을 이어오신 세 분 선생님 안녕하세요. 각자 어떤 클럽에서 어떤 글쓰기를 하셨는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종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교단일기클럽에 참여한 유종현입니다. 저는 한 달 동안 정해진 시간, 자리에 앉아 ‘오늘은 뭘 쓰지’를 고민하며 매일 한 편의 교단일기를 썼어요. 혼자 글을 쓸 때는 ‘이 시간을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클럽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글쓰니 매일 시간을 들여 글을 쓴다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는 안심을 느끼며 완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완주를 하고 얼마전 결과물을 소책자로 받아보았는데요, 이것은 그냥 일기가 아니라 술 대신 차를 마시고, 생각을 돌아보고, 책도 읽고 매일 썼던 삶의 ‘증거’처럼 느껴졌어요.
주현 선생님: 탐구클럽 완주자 박주현 입니다. 저는 예전에『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을 읽고 로마 사람들의 정치적 갈등과 개인의 신념, 다른 부족과의 전쟁 등에 흥미가 있었는데, 로마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었던 중 탐구클럽과 함께『리비우스 로마사』1,2를 완독하고 회고록을 쓰며 로마사에 대한 이해를 더 높힐 수 있었습니다.
매주 목요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리딩위드미에서 정해진 시간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구절을 채팅방에 공유하면서 ‘함께’와 ‘각자’를 동시 맛보는 책읽기를 했습니다. 독서 회고록을 작성하며 읽었던 내용을 다시 정리할 수도 있었어요.
희진 선생님: 초온콘 저자단에서 1학년 지도에 대한 글을 집필한 배희진입니다. 저는 1학년 담임을 했었던 경력이 있던지라 신규 선생님들이 1학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1학년의 정서, 인지, 행동의 특성을 정리하는 글을 썼어요. ‘1학년들과 함께 살면서 무엇을 느꼈었지? 나와 학생들은 어떤 욕구가 있었지?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무엇이었지?’ 를 정리하면서 매일 30분씩 쓰는 걸 목표로 했습니다. 저녁과 주말에 생산적인 일을 했다는 보람을 느끼며 두 편의 글을 완성했어요.
차차차D: 대부분 일상이 그렇게 특별할게 없어서 매일 기록하는 것이 참 대단하게 느껴져요. 종현 선생님은 어떻게 매일 쓰는 것이 질리지 않게 쓰실 수 있었나요? 매번 쓸 만한 글감을 찾아내는 노하우라도 있으신건가요?
종현 선생님: 사실 매일 쓰다보면 시간이 갈수록 소재도 떨어지고, 요즘 생각을 남긴다는 게 계속 비슷한 것을 되풀이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그러다보니 글감 찾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데, ‘지금 쓰려는 글감이 마음에 드는지’, ‘내가 그걸 쓸 자신이 있는지’ 등 글을 시작하기도 전에 쓰려는 대상에 대한 고민을 너무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무엇을 쓰고자 할 때 ‘무엇’에 집중하면 정작 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널려있는 것들이 글감이고, 그것이 어떤 상자에 들어있다고 생각하며 그 안에서 마음에 드는 것 아무거나 꺼내서 쓰기 시작했어요. 어떤 날은 글감의 줄이 짧게 끊어질 때도 있었고, 생각보다 길게 끌려나오는 날도 있었지만... 아무튼 저의 결론은 마음에 드는 소재를 찾는 것 보다 쓴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을 해보면 좀 더 쓰는 일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제 교단일기 중엔 글감이 너무 떠오르지 않은 날, 글감을 생각하면서 차를 우리고 노트북을 닦고 주변을 정돈하고 모기도 잡는 행위에 대해 쓴 글도 있습니다.
차차차D: “학급 일과 후 학생들을 보내고 나면 전혀 어떤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아요. 정신과 몸이 피곤한 것도 있지만 글을 쓰려는 마음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아요.” 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주현 선생님은 어떻게 읽고 쓸 에너지를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주현 선생님: 이 질문을 받고 나서 굉장히 공감이 되었어요. 저도 잘 미루는 성격이라 꾸준히 기록하는 걸 잘 못하는데, 탐구클럽이 정해준 기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탐구클럽에서 매주 목요일에 리딩 위드미를 하며 책 읽는 걸 인증해야 했는데, 함께 하는 탐구 메이트들의 시선도 의식하면서 조금씩 읽다 보니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올해 방과후 업무를 맡고 있는데, 탐구클럽 회고록 제출 기간에 방과후 20개 강좌에 대한 수요 및 만족도 조사를 통계로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당시 마음에 울화(鬱火)와 심화(心火)가 돋은 상태였는데, 주말 동안 와인 한 잔 하면서 회고록을 쓰며 여유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어요. 술 한잔으로 글을 쓰다가 지나치게 호기로워져서 ‘그럼 경험 공유회 발제자까지 한번 해볼까’ 하는 부작용이 생겼지만요ㅎㅎㅎ
차차차D: 희진 선생님께서는 초온콘 4기에 참여하셔서 1학년 지도하는 방법을 글로 정리하셨는데요, 사실 매일 일상적으로 하는 수업이고 숨쉬듯이 하는 지도인데, 그것을 글감으로 만들고 기획해서 쓸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하셨나요?
희진 선생님: 제가 지난 여름 서이초 선생님 사건 이후로 많이 힘들었어요. 동료들을 위해 뭐라도 좀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옆반 선생님들도 다들 힘들어 하는 상황이었고... 제가 줄 수 있는 건 제 경험이더라구요. 1학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걸로 글을 써보자는 생각을 했고, 글을 쓸 용기나 기획 그런 것 보다는... 그냥, 그냥이었던 거 같아요. 안타까운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주변에 도움받을 동료 선생님들이 없는 분들을 외면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냥 덥썩, 1학년 처음 맡으실 선생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서 쓴 거에요.
이번 경험 공유회를 준비하면서 영국 작가인 J.B. 프리슬리의 말을 인용했는데요,
“가능한 한 자주 글을 써라. 그게 출판 될 거라는 생각으로가 아니라, 악기 연주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 영국 작가 J.B. 프리슬리
글쓰기는 영감이 떠오를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와 같은 마음으로 매일 악기를 연습하듯 쓰는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함께 모인 서른 분의 선생님과 함께 각자의 쓰는 생활을 돌아보고 또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를 정하고, 앞으로의 쓰는 습관을 어떻게 변화시키면 좋을지 한 편의 글로 써보며 경험 공유회를 마쳤습니다.
인디스쿨 쓰는 교사는 글쓰기에 관심있는 선생님들이 자신만의 글쓰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조력합니다. 쓰는 교사는 내년 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쓰는 교사가 없는 겨울에도 선생님이 계신 그 곳에서 쓰는 생활로 삶을 연주로 만들어가시기를 응원합니다.
P.S. 교단일기클럽으로 술 대신 차를 즐기게 되었다는 이야기, 탐구클럽으로 서가에 있던 책을 구출해내신 이야기, 초온콘으로 주변을 돌보게 된 이야기를 풍성히 나누어주신 유종현, 박주현, 배희진 선생님 감사합니다.
2023년 11월 9일 (목)
김소영, 박주현, 배희진, 유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