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를 기획하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만드나 먼저 살펴봐야죠!
"뉴스레터 한 번 만들어볼까 했는데, 이렇게 힘든 거였나요?"
"돈도 안 벌리는 걸 왜 해요?"
지난번 글(#3 살려주세요, 뉴스레터 발행자의 일주일)을 작성한 이후 많은 분들이 이렇게 피드백을 주셨어요. 네, 확실히 돈이 벌리는 일은 아닙니다. 요즘 다양한 사이드잡을 하며 쏠쏠하게 버는 분들도 많던데, 제가 만드는 뉴스레터 <혼자놀기 대백과사전>은 무료여서 결코 돈이 되지는 않아요.
다만 콘텐츠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혼자서 노트북을 펴놓고 이 많은 내용을 썼다면 결코 다 쓰지 못했을 테지만, 1주일에 1개씩 쓰는 건 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구독자님과 약속을 한 상태니, 무슨 일이 있어도 발행을 해야 합니다. 완벽함을 꿈꾸는 K-장녀인 저인지라, 일단 뉴스레터 첫 호를 발행하고 나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날 이 시간만큼은 뉴스레터를 보내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게 되었거든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몽롱해도, 그다지 쓸 이야기가 없어도, 업무 때문에 야근을 해도...
반드시 발행해야 하는 거죠!
어느덧 30호째를 맞았어요. 얼마 전 스티비의 유료 요금제 1년 치를 선불 결제했으니 앞으로 50호쯤은 더 만들 예정입니다. 한 100호 정도 만들게 되면 저도 뭔가 한 뼘쯤은 성장해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해봅니다.
얼마 전에 업무용으로 쓰는 메일 용량을 1기가 추가했습니다. 업무용 메일들은 대부분 엑셀 첨부를 하는 정도라 용량을 많이 차지하지는 않는데, 사실 제가 매주 50여 개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거든요. 뉴스레터 구독계의 맥시멀리스트라고나 할까요? 우연히 제 메일함을 본 지인들은 뉴스레터 사이에 하나둘씩 빼곰 자리를 잡고 있는 업무용 메일을 보며 혀를 차더군요. 안 읽는 뉴스레터는 수신거부를 하거나, 아예 뉴스레터용 계정을 따로 만들라고 조언을 하면서 말이죠.
이 50여 개의 뉴스레터 구독은 <혼자놀기 대백과사전> 발행 전, 콘텐츠 구조를 기획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전부터 구독하고 있던 <뉴닉> <어피티> <오렌지레터> <까탈로그>에 더해서, 크리에이터들이 발행하는 뉴스레터도 하나 둘 구독하기 시작했어요. 자세히 적지는 않았지만 당시 이렇게 구독하는 크리에이터 뉴스레터가 40여 개 정도 됐어요. 여기에 더해서 스티비로 뉴스레터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꼭 챙겨 본다는 <Be Letter> <스요레터> 등도 구독 리스트에 넣었죠.
이렇게 많은 뉴스레터를 구독한 것은 <혼자놀기 대백과사전>의 방향을 잡기 위한 것이었는데요. 사실 '읽는 것을 좋아하는' 구독자 1인의 입장에선 매일 뉴스레터를 열고 관심 가는 것을 보다 보면 "오늘도 재밌었어!"라며 그대로 메일함을 닫고 까맣게 잊고 말거든요.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니 뉴스레터끼리 뒤섞여 뭐가 장점이고 뭐가 단점인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직장인의 친구, 엑셀을 꺼내 듭니다. 사회 초년 꼬꼬마 시절에는 엑셀이 어려워 남몰래 울기도 했는데, 그래서 엑셀과 가급적 거리가 먼 직업을 택했는데,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각 뉴스레터를 분석하기 위해 엑셀로 표를 짜고, 빈 공간을 하나씩 채워가기 시작합니다. 뉴스레터 읽는 것이 '일'이 되어 버리니까 역시나 하기가 싫어지더군요. 하지만 '백조가 된 오빠들 저주를 풀기 위해 가시풀로 한 땀 한 땀 스웨터를 짜는 동화 속 공주'에 감정 이입하며, 하루에 2~3개씩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엑셀의 가로축은 아래와 같은 항목을 넣었어요.
발행 주기
성격
첫인상
장점
단점
개선할 점
뉴스레터 제목 스타일
랜딩 페이지 구조
하단 푸터
로고 또는 캐릭터
구독 지속할지 여부
처음에는 귀찮고 괴로웠지만 하다 보니 속도가 붙어 재미도 있고(?) 진도도 빠르게 나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잣대와 기준을 세워 놓고 보니 일렬 비교가 되어 뉴스레터 살생부도 함께 만들 수 있었어요. 결국 이 엑셀 표를 완성하고 나서 몇 개의 뉴스레터는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떠나보냈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이렇게 작업을 마치니, 왜 직장인들이 엑셀에 대해 애증의 양가감정을 느끼는지 알겠더군요. 한눈에 볼 수 있게 표로 정리한 뒤, 어랏, 이제껏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아래 내용은 2021년 초반 기준입니다)
뉴스레터 편집 툴에 있는 테두리 박스는 의외로 다들 잘 안 쓰네? 답답해 보여서 그러나?
글줄 배경 전체를 컬러로 채우는 건 트렌드가 아니고, 흰색이나 회색을 많이 쓰는구나.
최소한 로고 또는 캐릭터 중 하나는 만들어야겠구나.
랜딩페이지를 설정하지 않은 뉴스레터가 많고, 만약 랜딩페이지를 만들었다면 노션을 쓰는데?
구독자를 황당하게 하는 낚시형 제목은 쓰면 안 되겠네.
이 뉴스레터는 템플릿을 고정해서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힘이 덜 들겠구나. 하지만 독자는 재미가 있을까?
뉴스레터의 시작점에 반드시 뉴스레터의 성격과 타깃이 무엇인지 거듭 밝혀야 독자가 콘셉트를 빠르게 인지할 수 있겠네.
포인트 컬러는 가급적 1개 또는 2개만 써야겠구나.
오타나 링크 실수는 마지막까지 체크해서 꼼꼼하게 작업해야지!
이렇게 끄적끄적 작성한 A4 이면지를 한데 묶었습니다. 당시에 작업의 지루함을 이겨내 보겠다고 일부러 표지에 색연필로 한 자 한 자 적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뉴스레터 발행 초기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가끔씩 이 문건(?)을 읽어 보곤 합니다.
뉴스레터 1호를 발행하고 나서 구독하는 뉴스레터는 더욱더 늘어나게 됩니다. 1인 가구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추가로 공공기관 뉴스레터를 구독하기 시작했어요. 일단 제가 거주하는 서울의 공공기관 뉴스레터를 빠짐없이 받아보고 있어요. <서울시청> <서울창업허브> <서울도서관>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시 문화본부>....등등. 또한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정책도 챙겨야 하니 <정책브리핑>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연대회의> 등의 뉴스레터도 꼬박꼬박 열어봅니다.
많은 뉴스레터 발행자들이 엄청난 뉴스레터 헤비 유저일 거라는데 500원 걸게요!
https://page.stibee.com/archives/97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