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 왜 갑자기 뜬금없이 뉴스레터를?

인스타그램도 유튜브도 아닌 1인 가구 뉴스레터를 발행하기까지

1인 가구를 위한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지지부진한 날들이 이어졌다

브런치 이름을 보고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1인 가구, 옛날 말로 하면 싱글입니다. 부모님이 귀향하고 동생이 직장을 따라 이사를 하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덜컥 1인 가구가 되어버렸어요.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행복했죠. 아침 식사로 삼겹살을 구워 먹건 저녁 술자리가 늦어져 새벽에 귀가하건 뭐라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냉장고에는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가득 채우고 맘에 드는 책과 옷을 사 모았습니다. 청소를 안 해도 그만, 설거지를 안 해도 그만. 열 평도 안 되는 원룸 안이 마치 외부로부터 저를 지켜주는 성곽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1인 가구로 살아보니 의외로 신경 쓸 것이 많더군요. 누가 대신 뭔가를 해주지 않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 손으로 해야 하는 거잖아요. 청소와 설거지는 안 해도 되지만 결국은 그걸 내가 해야 하니 그때그때 제깍제깍 하는 것이 낫지요. 장 보는 건 귀찮지만 결국은 냉장고가 비어 배고픔에 몸부림치는 건 나니까 그때그때 퇴근길에 습관처럼 마트에 들르는 것이 낫지요. 세면대가 막히면 결국은 그걸 내가 손봐야 하니 그때그때 머리카락을 잘 정리해 버리는 게 낫고요. 그러다 보니 혼자서 스스로를 케어하는 달인이 되어갔습니다. 

저는 그걸 '혼자놀기'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렇게 하나둘씩 쌓인 노하우가 제법 튼실해졌을 무렵, 다른 1인 가구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생각한 것은 책을 쓰는 거였지만, 다들 알다시피 책을 쓰려면 지속적인 글쓰기 습관과 방대한 작업 시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체력이 필요합니다. 당시에 저는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면서 주당 80~100시간 가까이 일을 하던 터라 퇴근 후에는 캔맥주를 마시다 잠들고 주말에는 무너진 체력을 회복하고자 10,000보 걷기를 하고 돌아와 잠들곤 했습니다. 

'또 다른 무언가'를 할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좀처럼 글의 진도는 나가지 않아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하곤 했지요. 그러다 운영하던 트위터 계정 이름을 '혼자놀기 대백과사전'(@kimyurry)으로 바꾸고 가끔씩 1인 가구를 위한 타래를 쓰곤 했습니다. 트위터는 따로 시간을 내서 할 필요도 없이 아무 때나 짧은 글을 쓰면 되는 구조니 편했어요. 트친님들이 디엠으로 이것저것 물어보시면 제가 아는 선에서 알려드리고... 이러면서 몇 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퇴사를 하게 됩니다. 브런치 사람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퇴사를 하고 나면 시간이 많아지니 글을 쓰고 싶어지잖아요? 하지만 그동안 번아웃으로 시달리던 저는, 글을 쓰는 대신 온갖 것들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머리가 아니라 손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바리스타, 목공, 은 가공, 주얼리 제작, 의상 패턴, 드로잉... 


다양한 것을 배운 결과, 몸이 뭔가를 익히는 것보다 머리가 뭔가를 익히는 속도가 더 빠른 사람이 저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1인 가구를 위한 책 쓰기를 시작해보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출판사의 마케터로부터 뉴스레터에 대해 듣게 됐습니다. 마케팅 수단으로 대량 메일을 보낼 때 활용하는 이들이 많지만, 꽤 많은 창작자들이 뉴스레터를 작업물을 꾸준히 만들고 그걸 세상에 알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걸 알게 됐어요. 


'꾸준히 뭔가를 하는 데 이만한 플랫폼이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바로 실행을 하는 대신, 저는 두어 달 동안 콘텐츠와 플랫폼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합니다. 마음으로는 납득이 됐지만 이걸 이성적으로 저 자신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던 거죠. 그러면서 읽은 다양한 책들은 나중에 소개하겠습니다. 

눈이 유독 많이 왔던 지난겨울, 작업실에서 책을 쌓아두고 읽고 또 읽었던 그때가 떠오르네요.(추웠습니다...)




콘텐츠 기획안을 만들고, 캐릭터도 제작하고, 뉴스레터 구조도 짜면서 구상은 거의 끝났지만, 막상 발행할 때가 되니 하기가 싫어졌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매주 제 개인 시간의 굉장히 많은 부분을 이 뉴스레터 제작이 차지할 게 뻔헸으니까요. 좀 더 꽃구경도 하고 산에도 올라가고 바다에도 가고 싶어서 미적댔습니다.


그러다가 뉴스레터 발행 플랫폼으로 점찍었던 스티비의 이메일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공고를 보게 됩니다.


'스티비 크리에이터 트랙 지원하기'


링크를 누른 저는, 발행 예정 뉴스레터에 대한 두서없는 생각을 줄줄줄 적어 지원했고, 놀랍게도 스티비 크리에이터 트랙에 올라타게 됩니다. 그리고 뉴스레터 발행 전날인 매주 목요일 저녁 야근을 하는 뉴스레터 발행자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https://page.stibee.com/archives/9767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