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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뉴스레터에 쓸 고양이 캐릭터 만들기

포토샵도 제대로 못 쓰는데 캐릭터를 만든다고..?

지난번에 언급한 스티비의 크리에이터 트랙은, 뉴스레터로 창작물을 제작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요금 할인과 뉴스레터 홍보를 해주는 혜택이었습니다. 스티비에 4월 2일 첫 발행을 하겠다고 발행 계획서를 제출하고 나니, 마음이 괜스레 바빠졌어요.


하지만 날짜가 하루하루 가는데 저는 계속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책만 보고 있었죠. <출판 마케팅 전략 가이드> <마이크로카피> <게으르지만 콘텐츠로 돈은 잘 법니다>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온디맨드 비즈니스 혁명> 등등... 심지어 <트렌드 코리아 2021>까지. 읽어도 읽어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콘텐츠 구조를 짜고 원고를 쓰는 등의 구체적인 실행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저녁,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일단 뉴스레터의 얼굴인 캐릭터를 먼저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인디자인 CC와 포토샵으로 출판물 레이아웃 디자인을 했었는데, 작업 하나를 하고 나서 다시는 이 두 가지 툴은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던 터였어요. 21세기의 가내 수공업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싶을 정도였는데요. 한땀한땀 마우스를 클릭해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지루했고, 더구나 타고난 성격 탓에 오류나 실수가 있으면 안 된다는 주의(!)로 스스로 작업물을 끝없이 검수에 검수를 하면서 지쳐갔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아무런 오류 없이 인쇄를 잘 마칠 수 있었지만 가급적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은 멀리 하기로 마음먹은 터.


그러다 우연히 캔바(canva.com)를 알게 됐어요. 아니, 이걸 나만 몰랐을 뿐 다양한 사람들이 전단을 만들고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로고를 제작하고 명함을 만드는데 이 툴을 쓰고 있었네요? 게다가 약간의 제약이 있긴 하지만 초보적인 구현만 하는 경우엔 Free, 즉 공짜라니요. 뉴스레터를 무료로 발행하는 대신 내 인건비(ㅠㅠ)를 제외하면 비용을 최소화하기로 마음먹은 터라, 캔바는 무척 고마운 툴이었습니다.


포토샵을 쓰기 싫은 나에게 구원과 같았던 캔바


어찌 됐거나, 캔바 홈페이지를 이리저리 클릭해보며 사용법을 익힌 다음 캐릭터를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이때 아주 심각하게 아이패드가 있으면 얼마나 편했을까 땅을 치며 후회했지요. 지인에게 잠깐 빌려서 요소 몇 개를 그려 볼까 하고 고민도 했지만,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아이패드가 필요하겠죠? 그래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습니다.

바로 캔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요소'에서 '도형'과 '선'을 짜집기 해서 붙여 캐릭터를 만들어보자는 거였어요. 다년간 인쇄 매체를 만들면서 키워진 눈치 덕분에, 뭔가를 그리는 능력은 없지만 어떤 게 예뻐 보이는지는 판단할 수는 있었거든요. 그리하여 옆에 오예스와 몽쉘통통을 쌓아두고 가끔씩 당 충전을 하면서 캔바의 여러 요소를 짜집기해서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칸바의 <요소> 화면


처음부터 생각한 것은 동물, 그리고 고양이였어요. 제 트위터를 보신 분이면 아실 텐데 제가 고양이에게 정말 진심이거든요. 그리고 사람을 그리는 것보다는 고양이를 그리는 것이 더 편하고, 왜인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구석이 있었으니까요.

또 하나, 캐릭터가 좀 엉성하고 인간미 아니 고양이미 넘치는 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자로 잰 듯이 반듯한 선과 면, 그리고 차가운 색깔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캔바를 뒤지고 뒤져 가급적 손으로 그린 듯한 느낌이 나는 요소들을 찾았습니다. 몇몇은 색깔을 바꾸고 뒤집어서 형태를 변형하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메인 컬러로 연한 오렌지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노란색을 쓰고 싶었는데 어떤 화면에서는 노란색이 바래서 잘 안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빨강과 파랑, 녹색은 자칫 잘못하면 딱딱한 느낌이 풍겼고요. 게다가 오렌지 컬러는 어딘지 맛있어 보이잖아요? 그리하여 저의 고양이 캐릭터 가뿐이는 이렇게 완성이 됩니다.


칸바가 점지해준 고양이 캐릭터, 이름은 가뿐!


'오옷 그럴듯하잖아!'


아무래도 야밤 감성이라 그랬는지, 그날 작업물을 정리할 때는 캐릭터가 맘에 들었어요. 하지만 역시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다시 열어보니 고양이가 너무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가 만들 뉴스레터는 1인 가구에게 꿀팁을 전달하는 컨셉인데, 1인 가구가 마냥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홀가분하고 삶에 제약이 없는 대신 갖가지 풍파가 닥쳐와도 혼자 스스로 굳세게 해결해야 하는....(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그리하여 우리의 고양이 캐릭터에게 웃지도, 울지도 않는 평범한 모습을 부여하기로 합니다. 뭔가 입을 삐죽거리지만 그게 또 귀여워 보이는 그런 모습이에요. 그리고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고 만만해 보이지 않는 성격도 심어주기로 합니다. 그래서 역시 캔바에서 한참을 뒤져 입 모양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 ~ ' 였어요!


가뿐이 기본형 완성. 왜인지 벌써 뉴스레터 다 만든 듯싶고...


여기까지 작업하고 나니, 가뿐이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이왕 하는 김에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적재적소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아, 나중에 스티커도 만들 수 있잖아? 인쇄는 500장 정도 해야지.' 뉴스레터 초보자는 신이 나서 표정들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가뿐이는 눈 위쪽은 고정형으로 하고 입 모양만 바꾸어 표정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가뿌니의 수많은 표정들



그리하여 드디어 뉴스레터에 사용할 캐릭터가 완성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신이 나서 작업했지만, 그다음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녹록지 않은 현실이었어요. 뉴스레터 디자인 역시 포토샵만큼은 아니었지만, 한땀한땀...가내수공업이었던 겁니다. 그 얘기는 다음번에 들려드릴게요!


https://page.stibee.com/archives/97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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