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련의 사건(?)과 단서들을 조합하면 그들의 정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심증과 확증은 엄연한 차이가 있고, 이번에 알게 된 증거는 이는 마치 시험 끝낸 뒤 바로 교과서에서 내가 찍은 답의 정답을 찾은 것만 같은 짜릿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내 소소한 일상 추리 소설에 드디어 엔딩 장면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시무 시험 27차…’
‘시무’의 뜻은 알 수 없었지만, 이 단어가 어떤 뜻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약속한 씨를 뿌리심… 언악함…. 전파됨…천사들… 추수…’
확대해서 본 사진 속 그들의 블릿에는 일상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마치 성서나 종교 서적 번역 시 많이 쓰는 듯한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마침내 여태까지의 모든 행적의 퍼즐이 맞춰지고, 인터넷에서 앉아 ‘시무 시험’을 검색해 마지막으로 한번 더 확인한 후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000 교리 모임이구나…’
이 시기 한창 코로나로 나라가 방역 문제로 예민했을 때 단체 생활하는 그들의 태도는 크게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나는 개인이나 단체를 향해 내가 가치 판단을 내려야 할시 '나와 다르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존중하자'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사실 지하에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떠한 신앙을 가졌는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종교에 빠져 집을 나온 가족 구성원을 찾아 헤매는 피해자들이 존재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사랑과 선을 추구해야 하는 종교의 순기능과 달랐다.
마치 탐정 놀이처럼 추리하며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었지만 아무런 일도, 아무런 것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마주치고 대화했던 그들 중에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피해자이거나 어떤 가족들이 애타게 찾는 자녀 혹은 부모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함 만이 남았다.
이 글을 처음으로 작성했던 그때에도 그들은 아직 우리 건물 안에서 교리 모임을 진행하고 있었고 이후 몇 주 지나지 않아 이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 그들의 다음 모임 장소가 지하가 될지 옥상 옥탑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사연과 사정 속, 마치 개미굴 같은 그곳에 그들은 오늘도 모이고 있다.
본격 일상 추적 다이어리: 개미굴(完)
-FIN.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