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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강 Jul 16. 2018

전주 근교에서 만난 충격적 아름다움 : '아원고택'

'한국이 이렇게 아름답다'고 천 번쯤 자랑하고 싶었다.

한국이 이렇게 아름답다고
천 번쯤 자랑하고 싶었다.

공간을 접하면서

이렇게 충격을 받을 일은

정말 많지 않다.


앞서 소개한 서울 성내동의

<성내동 커피집, 온온>이 일상 안에서

파괴력을 지닌 풍경을 보여줬다면


이 곳은

일상을 초월한

그런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여기는

전주 근교, 완주에 위치한

(차량으로 20분 내외)


아원고택 & 갤러리

전주/완주에 갈 일이 있거나

전주/완주에 살고있는 사람 중에

아직 이 곳을 가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시간을 내어 가보시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초록이 모인 곳일테니.


<아원고택 주차장에 차를 대자마자 아래를 내다보면 보이는 오성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엔
진짜 한옥이 없다.

전주에 가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한옥과

그 한옥에 걸린

중국어 일본어에 질린 사람이라면

당장 쏘카를 빌려서라도

오성한옥마을로 출발해야 한다.


전주 근교 20분,

완주군에 다다르면

이렇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듯한

진짜 한옥 고택들과


고택 너머에 존재하는

현대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마치 광고주의 오더같다, 이런 뜻이었을까? 선명한 빈티지...등등)
갤러리가 나타나니까.


아원고택은

250년 이상 된 고택을

지금의 위치로 이축해서

갤러리와 생활공간을 더해 만든 새로운 공간이다.


카페 카테고리에 소개한 것은

낮 12:00~6:00까지 갤러리 공간에서

커피/오미자차를 팔기 때문이다.

(가격은 입장료 개념 : 10000원)

(고택의 개방시간은 오후 4시까지)


커피의 맛과

오미자차의 맛은

이미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사실 엄청 특별한 맛이 아니기도 하지만)


공간이 주는 맛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정온함이 느껴지는 아원고택 갤러리의 공간 일부. 풍경이 최고의 액자이다>





안도 타다오가
생각났다.

<좁은 통로를 따라가면 우물 정 모양의 하늘, 이를 통과하는 햇살, 찰방이는 물이 보인다. 외부 공간이 실내로 옮아왔다>


미술 작품이 따로 없다.

사실 이 뮤지엄&갤러리 공간은

공간 자체가 전시품이다.


꽉 막힌 사방에서

하늘이 내려온다.

시멘트로 둘러쌓인 공간 안에

작고도 넓은 물이 찰랑인다.


공간이
예술이다.


이미 들어가자마자

마음을 완전히 빼앗겼는데,

놀라기엔 이르다.


진짜 놀라운 공간은
끝도 없이 튀어나오니까.


어느 코너를 돌던지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심장이 내려앉는
경험이 모든 공간에 숨어있다.
각각 다른 매력으로

<심지어는 한 구석에 쌕쌕- 숨쉬고 있는 차우차우 한 마리마저 심장폭행>





순간 이게
천국으로 가는 길인가 싶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지나면 이런 알프스 같은 비현실과 마주친다. 놀라긴 이르다. 뒤를 돌면 보이는 아원고택>


내가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한국은 이런 모습일까.


세상에 소리치고 싶었다.

이런 보물이 여기 숨어있었다고.


알 사람은 꽤나 많이들 안다고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전국민의 90%가 넘을 거라고 생각하면

나는, 정말 소리치고 싶었다.


이 아름다움을

모두 봐야만 한다고.


<나와 하늘과 대나무만 존재할 것 같은 아원고택 내의 울창한 숲>





쿵쿵대는 마음을 부여잡고

뒤를 돌아 고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방이 뚫린 대청마루들과

바람이 눈으로 느껴지는

춤추는 하얀 커튼과 인사했다.


<마루에 앉아보았다. 꽤 많은 사람이 각자의 마루를 차지할 수 있을만큼 마루는 여러 군데에 있었다>


앉고는 그제서야 테이크 아웃한

오미자차를 한모금 마셨다.


청량하다고 해야했다.
아원고택의 맛.


이 마루가 상할까봐

대청마루에 컵을 내려놓지도 못했다.

그만큼 오래 공유하고 싶었으니까.

오래 지속되어야 할 공간이었으니까.


솔직히 정말 더웠다.

더워서 감사했다.


이 대청마루의 미덕은

한여름 무더위 아래에서

그늘막에 누워 불어오는 바람을 솔솔 맞으며
더위를 이기는 거라

그 기분을 충분히 누렸다.

무더위도 그날만큼은 공간의 일부였다.


<하늘도 이렇게 더 예쁠 수가 없었다. 내가 마시는 음료가 무슨 맛인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여름이라 다행이었다.


봄은 꽃이 있어서,

가을은 단풍이 가득해서,

겨울은 설국일 것이라,

다 좋겠지만


아원고택과의 첫 만남은

정말이지 여름이라 다행이었다.



<아원고택의 모든 공간에서는 물이 보인다. 물이 떨어지고, 흘러가고, 가만히 담겨있고, 바람에 스치우고. 그것만 구경해도 좋다>


세상 모든 초록을
여기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

산골짜기에 드리운 구름 그림자가 만들어준
짙은 녹색의 물결도


햇빛에 부서지는
아린 연두색 까까머리 새싹들도


여름숨 깊게 들이마시고

크게 내뿜는 여름에만 존재하는 정말 '초록'색도


모두
여기에 있었다.


<아원고택은 높이가 여러 개의 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높은 단에서 보면 산과 오성한옥마을의 전경이 훤히 보인다>





단순히
좋은 카페라고만
소개할 수가 없다.


여긴 오감에 충격을 주는
공간의 집합소니까.


한옥 스테이도 한다고 한다.

체크인은 4시 이후

(그래서 공간 관람은 4시 이전까지)

(예약은 아원고택 홈페이지에서 : 링크)


고택을 둘러보는 동안

정감 어린 완주군의

폭염 경보 방송이 들렸다.


"으르신들은 혼자 계시지 마시고~
주위에 틈날 때마다 전화 돌리시고~
물을 자주 드시기 바랍니다요"



<경보 방송이 들렸을 때 찍고 있던 마당의 수국.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참 좋았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도

전주에서 찍은 많은 사진 중에서

아원고택의 사진과 영상만을 돌려봤다.


좋은 카페는

세 번 이상 방문해야겠다고 했던가.


이 곳을 세 번 이상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다시 가지 않을 수 없어서.

이미 사람은 꽤 많지만

더 많아지기 전에

이 계절을 충분히 누리시라고

아원고택 방문과 숙박을 추천해본다.


다음엔

숙박을 해야겠다.

이 고택의 새벽이 궁금하니까.


<안 예쁜 구석이 없는 전주역의 철길에서 시작해서 철길에서 마무리 된 여행>




2018년 7월 14일
완주군에서
#전주여행 #카페투어 #한옥마을 #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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