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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보크 Apr 16. 2024

윤달의 노래

4.16

윤달의 노래      


  손가락을 잘린 아이들이 우를르에 몰려와 손가락을 흔들면 좋겠어 손가락을 들고 꽃을 그리면 좋겠어 다섯 손가락이 모여 열 손가락이 모여 꽃을 피우면 좋겠어 우울을 잊고 울렁울렁 파도를 타고 저만치 꽃상여를 타고 망망대해 바다에 이르면 좋겠어 가만히 노래하고 가뿐히 순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으면 좋겠어

           

 너무 오래 풀만 먹었어요 풀이 말해요 코끼리를 한 움큼 집어먹은 풀이 하마처럼 웃어요 웃는 하마가 바보래요 코끼리는 잠을 자고 하마는 하품하고 이젠 풀이 달려요 태어나기도 전 죽은 아이를 위해 죽을 쑨대요 풀이 말해요     


 태어나지 않은 너의 죽음을 축하한단다 아가야 네 무덤가에 미역을 널어 줄게 미꾸라지들이 헤엄을 치면 상여가 나갈 거야    

 

 가물가물 지워진 윤달과 윤날. 반지하 좌측호에서 양초를 켜고 풀만 먹으며 기도하던 아이들이 오멜라스를 떠나 지구 달그림자 뒤편으로 숨어버렸던 아이들이 노래를 해요.     


 가재님 늙은 가재님 이젠 썰물의 시간이에요 늙은 가재님은 집으로 돌아가야죠 상갓집 개가 컹컹 짖잖아요.   

  

 지워버린 윤달과 윤날에 태어난 아이들이 윤이 나는 머리카락을 흔들며 윤이 나는 이빨을 드러내고 윤달과 윤날의 시간을 잡으러 와요 윤이 나는 아이가 늙은 가재의 살점을 뜯으러 와요 시름 앓다가 바다로 간 아이들이 모여 피리를 불어요 미끄러져 갔던 아이들이 피리를 불어요 필릴리 필릴리 무덤가엔 미역이 널리고요.

 밀물이 밀려와요 미꾸라지들이 미역을 불리는 중이에요 가재 뱃속에 들어가서도 미끄러져 나올 길을 만드는 중이에요 미꾸라지들이 헤엄을 쳐요 필릴리 헤엄을 쳐요    

  

 가재님 늙은 가재님 지금은 썰물의 시간이에요 늙은 가재님은 집으로 돌아가야죠 상갓집 개가 컹컹 짖잖아요    

  

 가물가물 지워진 윤달과 윤날. 반지하 좌측호에서 양초를 켜고 풀만 먹으며 기도하던 아이들이 오멜라스를 떠나 달그림자 뒤편으로 숨어버렸던 아이들이 노래를 해요 시름 앓다가 바다로 간 아이들이 한데 모여 피리를 불어요. 미끄러져 갔던 아이들이 늙은 가재의 뱃속에서 피리를 불어요. 필릴리 피일릴리.


        < 뒤로 걷는 여자, 조영여, 북치는 소년 >



*윤달은 '공달' '썩은 달'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는 달' '늙은 부모의 수의를 짓는 달'로도 불림.   하늘과 땅의 신이 감시를 쉬는 기간이었다고 함.

** 어슐러 k. 르귄의 <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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