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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 같은 여자, 구독 신청 중

계간 < 다층 >

by 지크보크

파래 같은 여자, 구독 신청 중


파래 같은 여자와 수다를 떨면 파르르 생이 떠오를 것 같다 넘실 파도에 첨벙, 흠뻑 젖어 노래할 거 같다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따따부따 병아리 따따부따 보리수 따따부따 모가지 푸른 해골,

청보리밭 푸른 수염 날개 달고 하늘로 솟구칠 거 같다 고래고래 날 거 같다 삐약삐약 부화할 거 같다 사막에서도 모래알을 헤아리는 물기 촉촉한 별들이 파릇파릇 돋아날 거 같다 파래 같은 여자와 수다를 떨면


그러나 그 여자 파래 같은 그 여자 왜 여태 못 오실까

넘실 파도에 휘청, 인당수 심청이 붉은 치마폭 뒤집어쓰고도 남을 시간인데 망망대해 돌고 돌아 하마 떠오를 시간인데 물결 따라 파릇파릇 깨어날 시간인데

물살이 너무 세서 못 오시나 망망대해 저 바다에 흠뻑 취해 못 오시나


말아먹은 참새와 날지 못하는 오리는 써금써금 해바라기 구독 신청 중인데, 호로록 후루룩 물밥 국밥 말아먹은 참새와 기우뚱 갸우뚱 날지 못하는 오리는, 모가지가 무거워 목디스크에 목이 댕강 잘려 나갈 지경이라는데


파래 같은 그 여자 왜 여태 못 오시나

물살이 너무 세서 못 오시나 망망대해 저 바다에 흠뻑 취해 못 오시나


파래 같은 여자와 수다를 떨면, 파르르 생이 다시 떠오를 것만 같은데 넘실 파도에 붉은 치마폭 뒤집어쓰고 첨벙 뛰어들어도 마냥 솟구칠 것만 같은데 모래사막에서도 삐약삐약 부화할 것만 같은데 고래고래 날 것만 같은데



< 계간 다층 2024 여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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