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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시간을 건너온

시와 소금.

by 지크보크

사막의 시간을 건너온

너무 말이 많았어

바라는 게 많았을까


네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애써 알 필요도 없는 말을

아니 어쩌면 너도 이미 알고 있는 말을

굳이 애써

네 귀를 지치게 했다는 생각


문득 치열이 떨려

그 가문비나무는 잘 자라고 있었을까

사막 한가운데서


먼지가 가라앉고

가늘게 비가 내려


그랬구나

그렇구나


처음 네 언어가 들려

사막의 시간을 건너온

오래 묵은 것들을 껴안고

말없이 거미만 바라보던

말의 맥락을 더듬어

씨줄과 날줄을 엮어온

문득 치열이 떨려


행간 없이 떠도는

저 무수한 말 사이

뿌리와 연원도 모른 채

한낱 토사물에 지나지 않았던

소음과 신음 사이

먼지가 가라앉고

비로소 텅 빈 골짜기


가늘게 비가 내리고

처음 네 언어가 들려


< 계간 시와 소금. 2025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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