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동안
혹시나 하는 모래알의 수를 헤아려 보았는지
이젠 까마득히 잊기로
혹시나,는 언제나 그랬듯 역시나,로
기적은 꿈속에서조차 찾아온 적 없었다고
땅거미 지는 시각,
이미 살아낸 죽음이 우매우매 주억거리는데
사막은 사막이고 모래는 모래라지
햇볕이 쨍쨍하면 모래알은 아프다고 해
잔 돌부리에도 덜컥,
그대로 주저앉고 만 모래알이 아프다고 해
첩첩산중에 별 하나
가슴에 뭇별 하나
반짝 죽어야 뜬다는 그 별 하나
그러나 사막은 사막이고 모래는 모래라지
햇볕이 쨍쨍할수록 모래알은 슬프다고 해
오래된 말무덤 뭐래뭐래 다 지겹다고 해
그래도 어쩌면 비약이 오려나
혹시나,를 품은 말 하나가
푸시시 꺼질지라도 오래 품어 가득해진 말 하나가
사각사각, 한 줌 모래였다가 사슴이었다가
햇살에 빛나는 물고기 비늘을 달고 물결 따라 찰랑이더라는데
말무덤 지나, 가둔 말을 풀어 푸드덕 날아오르더라는데
치르르 미치르 뿔 달린 용이 되어 화들짝 날아오르더라는데
자꾸만 삐약,
삐약 부화하는 병아리 떼 종종종
한 모래 두 모래 세 모래 삼천갑자 동방삭
어쩌면 비약이 오려나
혹시나,를 품은 말, 말, 말.
어제의 혹시나,는 언제나 그랬듯 역시나,로
기적은 꿈속에서조차 찾아온 적 없었다고
땅거미 지는 시각이면
째깍째깍 살아낸 죽음이 우매우매 주억거릴지라도
첩첩산중에 별 하나
가슴에 뭇별 하나
반짝 죽어야 뜬다는 그 별 하나
한 모래 두 모래 세 모래 혹시나 내일 모레엔
어쩌면 비약이 올지도 몰라
삼천갑자 동방삭
혹시나,하는 그 많은 모래알의 수를 헤아려 본 적 있는지
< 계간 동안 4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