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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Dec 20. 2023

만날 남자가 없다는 친구에게


얼마전 만난 30대 친구는 ‘만날 남자가 도무지 없다’고 하소연했다. 자기뿐만 아니라 자기 친구들도 만날 남자가 없어 연애를 하지 못하고, 결혼을 꿈꾸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 물으니, 이런 답이 나왔다.


“우리 또래 중에 나랑 내 친구만큼 능력을 갖춘 남자가 별로 없어. 

그렇다고 너무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나기는 또 싫고.” 


고학력에 전문직 여성인 내 친구. 또래 남성 보다 연봉이 높을 터였다.  


친구의 대답을 듣고, 아차 싶었다. 나의 경우 남편과 결혼 9년차쯤 되니, 배우자의 연봉 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야 하는가. 그건 사람마다 다 다르다. 사람마다 가치관도 성격도 다르니, 좋은 배우자감에 대한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제나 확실한 건 ‘영혼이 깨어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영혼이 깨어있는가는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눈을 봐. 얼마나 빛나는지, 그 안에 원석이 자리잡고 있는지.”


기자로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나는 분명 빛나는 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의 눈은 현재의 직업, 배경과는 상관없이 또렷하게 말해주는 게 있었다. 얼마나 삶을 진실되고 정성스럽게 대하는지,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가 있는지, 자신이 가야할 길에 대해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소외된 자들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전 읽은 책 '연금술사'에서도 이런 대사가 있었다. 


눈은 영혼의 힘을 보여주지.(p.221)



현재 돈을 얼마나 버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 자체다.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는 그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학력, 연봉, 집안 등 객관적인 지표가 상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기에 더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만 보고 결혼했다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들 중에는 쇼윈도 부부도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하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지는 가정이 더러 있었다. 상대의 내면을 보지 않고 겉으로 가진 것에만 집중했을 때 쉽게 벌이지는 결과다.


배우자는 내 인생을 함께 걸어갈 인생의 동반자다. 진부하지만 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할 사람이다. 부모님 보다도 내가 낳은 자식 보다도 더 오래 함께 지낼 존재다. 피가 섞이지 않았으나 유일하게 가족으로 묶인 존재. 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 


애처가로 유명한 가수 션은 "결혼은 원석과 원석이 만나 배우자를 통해 조금씩 보석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에 100% 동감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서로가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아껴줄 때, 우리 모두는 보석이 될 수 있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누구에게라도 사랑을 받는 인간과 못 받는 인간의 차이는 빛과 어둠의 차이만큼이나 크다'고. 불 켜진 서로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누군가를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 가는 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지." (p.228)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다. 진심으로 사랑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겉으로 보여지는 가치에만 치중하지 말라고. 그러다 진짜 인연을 놓칠 수도 있다고. 눈을 통해 미래의 그를 먼저 내다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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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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