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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Feb 21. 2024

"30대라니, 그 젊음이 부러워요."

30대라니, 그 젊음이 부러워요.


얼마전 들은 말이다. 일을 하며 만난 70대 자원봉사자분들에게 내 소개를 하며 나이는 서른넷이라고 했더니, “어머머”란 반응이 자동으로 따라 나왔다. 나이를 밝힌 후 이런 격한 반응을 받는게 내 입장에서도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서른 넷, 젊은 나이였나?


나이도 나이지만 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 지내며 청춘과 작별했다 생각하며 살았다. 요즘의 내 삶은 일, 가사, 육아로만 채워져 있고, 더욱이 이직 후 주말까지 포기하며 일하다 보니 삶이 조금 찌들어 있었다. 그러니 나로서는 도통 ‘젊다’는 감각을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히려 30대의 삶이란 버텨야 하는 일로 가득하구나 싶어 서글펐다.


그런데 그런 내게 젊어서 부럽다니. 신박한 반응에 뭔가 기분이 들떴다.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부러운 나이가 지금 나의 나이라는 게 묘한 설렘을 가져다줬다. 이 나이로 돌아가면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이 부러운지에 대해 물었다.


“나, 그 나이로 돌아가면 아주 멋지게 살 거예요.

결혼도 안 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훨훨 날아다니고 싶어.”



말하는 할머니의 눈동자에 상상 속 청춘이 담겨 있었다. 그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같았다. 지금 나도 그런 삶을 꿈꾸고 있으니. 할머니, 저도 훨훨 날아다니며 살고 싶은데요…제 나이여도 그 삶은 가능하지가 않네요…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어서…, 가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할머니 말마따나 아직 젊음을 가지고 있는 내게는 희망이라는 게 있다. 열심히 일하며, 두 아이를 장성하게 키워 놓으면 내가 기다리던 ‘때’ 라는 게 오지 않을까. 그 때의 나는 지금보다 자유롭고, 유연하며, 책임의 무게가 가벼웠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실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일만이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의 태도라는 것을. 미래의 ‘때’만 기다리다가 그 때가 안 온 채로 세상을 하직할 수도 있는게 한치 앞도 예측 불가능한 인생이라는 것을.


자유로울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되,

현재의 순간에도 어떻게든 감사하며 살아보자고 다짐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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