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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May 08. 2024

덕질의 행복

선재 업고 튀어 드라마 덕질담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덕질을 하는 사람이야 말로, 이 생에서 제대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하는. 


그리고 이어진 생각은...'아, 왜 난 뭔가를 덕질하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아쉬움이었다. 


덕질이란 무엇인가? 나무위키에 따르면 덕질은 '무언가에 파고드는 일'이다. 그러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열정 가득히 좋아하고, 꾸준히 사랑하는 '덕질'이야 말로 몰입의 정점을 찍는 행위다. 


예를 들어 사회에서 무언가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돈이나 명예 때문에 그 일을 한 게 아닌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그저 그 일이 좋아서' 꾸준히 했을 뿐이고, 그 결과 운이 뒤따라 성공이라는 긍정적인 결과가 뒤따른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덕질과는 아예 관련이 없는 사람인줄 알았고, 살면서 그 점이 못내 아쉬웠다. 왜 나는 '누군가에게 또는 어떤 주제에 대해 미친 사람처럼 '푹' 빠지질 못하는가'에 대한 슬픔이 있었다고 해야하나. 덕질을 하는 행복도 분명 있을텐데, 나는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누군가를 그토록 좋아해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보면서 그 생각이 180도 뒤바뀌었다. 그렇다. 이제와서 뒤늦게 깨달았지만 나는 덕질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드라마 덕질을. 난 '사랑'이 주제인 컨텐츠에 푹- 빠지는 부류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걸 30대 중반인 이제서야 깨닫다니! 



요즘 푹 빠져있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그 드라마. 그게 타임슬립물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미래를 알고 나면 과거가 달리 보이는 마법. 볼 때마다 배우들의 감정선이 다르게 보이니, 까도까도 알 수 없는 양파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다. 게다가 타임스립을 통해 2008년을 그려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레트로' 감성도 자극한다. 잊고 있었지만 여전히 가슴 속에 존재하는 '청춘'을 슬며시 현재로 소환한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팬들 사이에서는 작가, 배우, 감독(이른바 작감배) 세박자가 완벽한 구성을 이룬 2024년 최고의 드라마라는 평을 받고 있다. 숨진 아이돌 가수 '선재'를 구하러 과거로 돌아가는 여성 팬의 이야기가 줄거리의 큰 틀인데, 언뜻 보면 유치한 서사일 것 같지만 작감배의 수준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그들은 웹툰을 각색해 유치하지 않은 고퀄리티의 드라마를 세상에 탄생시켰다. 


이 드라마의 입덕 포인트는 뭐니뭐니 해도 남자주인공의 순애보적인 사랑이다. '썸'과 같은 가벼운 사랑이 난무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한 여자만 바라보는 남주의 순애보는 그야말로 판타지다. 그런데 원래 사람의 본능이라는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특별함에 끌리는 법이다. 만화 속에나 존재할 법한 남주의 순애보는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 드라마는 시청할 때도 재밌지만 관련 드라마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는 재미가 기가 막하다. 나처럼 드라마에 과몰입한 팬들의 주접스러운 댓글을 읽다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기쁨이 배가 된다. 댓글 보며 다른 팬들과 함께 같이 킥킥 거리는게 디지털 시대에 드라마를 즐기는 일종의 놀이처럼 여겨진다. 


주접 댓글 예시는 다음과 같다. 


'선업튀 왜 안 봐...? 행복해지기 싫으세요?'


'우석아 그 ..혜윤이가 상대배우팬들때매 좀 여지를 잘 안주는편이거든? 잘 달래서 사궈라 진짜'


'이 정도면 솔이 선재랑 결혼하고 변우석 김혜윤 공개연애하다가  고척돔에서 결혼해야한다  이건 전 국민이 말아주는 로맨스야'


'선재야 내가 여기까지 왔다...'


'오늘 누울 곳 많을 것 같은데 일단 여기부터●▅▇▆▅▄▇'


'월요일만 기다려지는 내자신 싸이코패스가 된 것만 같아요...'


다들 드라마에 미쳐도 단단히 미쳐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꿈꾸던 '덕질'의 세계다. 현생이 망가져서 일명 '현망진창'이라고도 일컬어지는데, 그만큼 현실세계에서도 드라마 생각에 푹 빠져있는 상태인 거다. 그런데 이렇게 드라마에 몰입해 있다보면 큰 장점이 있는데, 현실세계에서 힘들고 불편한 상황이 발생해도 '아, 몰랑~~'하고 넘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거다. 정신의 8~90%가 작품 세계에 빠져있기 때문에 그 외에 그 어떤 일도 현재의 나에게 영향력을 미치기 힘들어졌다. 



무언가에 단단히 홀려있는 '덕질'의 세계. 드라마 덕질 덕분에 요즘의 난 많이 행복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행복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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