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왕국의 라푼젤처럼

코로나 시대에도 즐겁게 살기

by Iris Seok
2020년, 우리들의 삶은 갇혀 지낸다는 점에서 코로나 왕국의 라푼젤과 닮아있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라푼젤이 18년간 탑에 갇혀 지낸 이유는 바로 ‘코로나 왕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화제가 됐다. 격리생활의 대가 중의 대가인 라푼젤이 알고 보니 '코로나 왕국' 소속이었다니 어쩜 이리도 상황에 딱 맞는 우연이 다 있을까.

사진출처: 나무위키


라푼젤 개봉 시기는 지난 2010년으로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이다. 10년 전에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에서 하필이면 갇혀 지내는 라푼젤 공주의 왕국명이 '코로나'라니.


독일에서 전해져 내려온 '라푼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5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마녀에게 납치돼 높은 탑 안에 갇혀 18년동안 살았던 라푼젤은 감옥 살이나 다름없는 생활 속에서도 재미를 찾는 긍정의 힘이 가득한 캐릭터다.


탑에 갇혀지내는 라푼젤이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반년 넘게 재택근무하며 집에 갇혀 지내는 나나 같은 처지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라푼젤을 다시금 감상하고 싶어졌다. 일종의 동지애를 느끼고 싶었달까. 아들과 나란히 쇼파에 앉아 '라푼젤(원제: Tangled)'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 도입부에는 라푼젤이 탑 안에서 18년간 지내며 하루하루를 심심하지 않게, 얼마나 즐겁게 지내는지가 그려졌다.


그녀의 하루하루는 알차고, 또 알찼다. (영상 및 사진 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kRXmAIHYQR4

Mandy Moore- When Will My Life Begin? (From “Tangled”)

라푼젤은 나가서 놀자는 카멜레온 친구 파스칼이 밖에 나가서 놀자는 제안에 밖은 위험하다며 집에서도 충분히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청소, 독서, 요리, 그림, 스트레칭, 베이킹, 기타치기, 뜨개질, 발레, 체스 등으로 하루가 즐겁다며, 집안에서 놀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출처: 디즈니

그런데...

라푼젤의 모습이 낯익었다. 낯설지가 않았다. 내 모습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기 시작하던 3월 중순부터 내 삶의 패턴은 무너졌다. 회사는 재택근무제를 돌입했고, 아이 유치원은 영업을 중단했다. 집에서 일, 육아, 살림을 다 책임져야 했다.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반복되는 매일을 무언가 새로움으로 자극을 주지 않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았다. 재택근무와 육아를 겸하며 극강으로 치닫는 스트레스를 어디다 풀 곳이 없었고, 스트레스에 질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을 고쳤다. 어차피 바뀔 수 없는 현실이라면 즐기자고. 상황을 바라보는 내 태도를 바꾸니 생각보다 2020년이 나쁘지 않았다.


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먼저 4월 말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의 시간을 보내는 '미라클모닝' 루틴을 내 삶에 도입했다. 소음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워킹맘으로서 새벽시간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내 개인시간을 전혀 확보할 수 없었다. 올빼미족이었지만 마음을 굳세게 먹고 5시에 일어나 한시간씩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니, 지쳐있던 내 영혼을 보듬어줄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고요한 시간에 감사일기를 쓰면서 지금 내가 가진 것들에 집중하게 됐다. 가지지 못한 것들이 아닌 내가 현재 가진 것들에 대해 충분히 감사하는 마음이 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내 삶에 낯선 손님처럼 찾아온 좋은점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먼저 등하원 시간이 사라지면서 1) 비교적 여유로운 아침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2) 격주근무 체제로 회사 시스템이 바뀌면서 육아를 해야하긴 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시간들이 생겼다 3) 마치 육아휴직을 하는 것 마냥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4) 한국 친구들과 화상채팅을 통한 랜선만남을 주기적으로 가지게 됐다 등등...



일을 하지 않는 주간에는 아이와 함께 집에서 떡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모래놀이를 하고, 요가를 했다. 산책을 가고, 장을 보고, 요리를 했다. 아주 잠깐의 짬나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동안 아껴뒀던 책들을 한 문장씩 음미하며 읽고, 온라인 수업들 듣고, 브런치 글을 쓰고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도 조금씩 가질 수 있었다.


라푼젤의 말대로 집에서도 재미나게 할 수 있는 일들은 너무나 많았다!



코로나19 감염자 수 사망자 수 전 세계 1위인 미국에 살면서 나는 코로나 왕국의 라푼젤처럼 살고있다. 끝나지 않는 그리고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격리생활 속에서 이왕이면 재밌는 일과들로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소소한 재미를 누리며 이 시기를 견디다 보면 언젠가 코로나19도 종식되어 있지 않을까.



탑에 갇힌 라푼젤은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늘 마음 한 편에 궁금함을 가지고 산다.


내 인생은 언제 시작될까?(When will my life begin?)



우리에게도 결이 같은 질문이 있다. 언제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진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다같이 존버하자. 라푼젤이 18년 만에 탑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듯이, 우리에게도 그 날은 온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의 진짜 인생이다. 코로나 왕국의 라푼젤처럼 모두가 재미있게 이 시기를 보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