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어서 사라져 주겠니
지난 몇주간 아침에 눈만 뜨면 핸드폰 검색창에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를 검색했다. 하룻밤 사이 또 얼마나 확진자 수가 늘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확인, 매일 수백 명씩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가슴이 벌렁거린다. 아, 이게 정녕 현실이란 말인가. 조국의 슬픔에 나까지 덩달아 우울해졌다.
최근 LA 한인타운도 그 놈의 ‘코로나’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코로나 감염자로 확진자인 것으로 드러난 대한항공 승무원 한 명이 한인타운에 있는 식당 여섯 곳을 방문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무성한 소문은 SNS를 타고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한인들은 공포감에 떨었다.
며칠 뒤 대한항공 승무원이 한인타운의 그 어떤 식당도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LA 총영사관을 통해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코로나 공포는 여전히 만연한 상태다. 한인타운의 대부분의 식당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절반 넘게 줄었고, 예정됐던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는가 하면, 여행사들은 거의 폐업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는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했고, 경제 또한 흔들어 놨다.
LA 한인타운 뿐 아니라 미 전역으로 점차 코로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 중국, 이탈리아 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지난주 급속도로 환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지시간 7일 기준 미 전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19명, 확진자 수는 440여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꼽히는 워싱턴주는 사망자가 16명, 확진자가 103명으로 미국 전체 사망자의 84%가 워싱턴주에서 나왔다. 뉴욕주는 확진자가 89명으로 늘어나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유타주도 첫 환자가 발생하자 마자 비상령을 내렸다. 내가 살고 있는 LA카운티에는 14명의 확진자가 있다.
만약 미국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국에서처럼 순식간에 전파될 경우, 확진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공황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곳은 의료보험이 한국처럼 잘되어 있지 않고, 노숙자들도 많다. 불법체류자, 저소득층, 노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된다 해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코로나가 퍼져 나간다면…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 미국은 확실히 동양에 비해 마스크를 쓰는 문화가 아니다. 마스크는 정말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만 써야하는 것쯤으로 치부된다.
우한에서 비롯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양인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코로나 확진자로 여겨지기 때문에 한인들도 마스크 쓰기를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부모님이 한 달 전 LA 방문했을 때, 아빠는 심한 기침 감기를 앓고 계셨다. 그래서 저녁 산책 길에 마스크를 쓰고 나갔는데 한 백인 남성이 다가왔다. 그리고 대뜸 아빠에게 코로나 확진자인지 여부에 대해 물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지금만큼 크지는 않았을 때인데도, 그런 일이 있었다. ‘마스크를 쓴 동양인=코로나 환자’라는 개념이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있는 것 같다.
한국은 국제적 미아가 됐다. 한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나라는 홍콩, 싱가폴, 터키 등 36국이다. 기생충이 쏘아 올린 한국의 위상을 이렇게나 재빨리 잃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으로서 우쭐했던 감정이 한인이어서 불편한 감정으로 변했다. 하루빨리 한국이 코로나로부터 벗어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미국 또한 코로나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확진자가 더 나오지 않기를, 전 세계가 다시 평화로워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